대형매장 등 시장 표정
‘어라, 가격이 오히려 내렸네?’
일본에서 17년 만에 소비세율 인상이 이뤄진 1일 정오. 도쿄 주오구 바쿠로초에 자리한 슈퍼 ‘마루만 스토어’엔 점심거리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른 직장인들로 붐볐다. 3층에 있는 과자류를 파는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평소 100엔이던 초콜릿 과자의 가격이 95엔으로 표시돼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상한 마음에 가격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가격을 소비세 인상분을 반영한 ‘세후 가격’이 아닌 ‘세전 가격’ 표기해 놓았다.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소매점에서 세전으로 가격을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탓이다. 그 때문에 350㎖짜리 맥주 한 캔, 500㎖짜리 요구르트 등을 샀으나 계산이 끝날 때까지 전체 상품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증세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보려는 일본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세전·세후 가격을 함께 표시한 곳이 더 많긴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세전 가격 표시제가 2017년 3월까지 허용된다”고 보도했다.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3%포인트 오른 이후 일본 경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증세가 2012~201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겨우 회복되고 있는 경제뿐 아니라 6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 행진을 벌이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1일 혼다 에쓰로, 하마다 고이치 등 측근 ‘경제 브레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3%포인트의 소비세 증세를 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세전가격 표시제 2017년초까지 허용
계산대 지나봐야 실제 값 알아
4인가구 세부담 증가 연 7만엔 추정
일 언론들은 ‘불안감’ 드러내 일본의 재정 상황을 보면 이번 증세도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일본 내각부의 자료를 보면 올 연말이 되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2%인 1010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경제위기의 진앙지였던 그리스의 부채비율이 150%인 것을 보면, 언제 국가부도가 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또 지난달 말 확정된 2014년 예산 95조8823억엔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조2500억엔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발행 국채 대부분이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증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지난 31일 결전을 앞둔 ‘무장’과 같은 각오를 밝혔다. 그는 “소비세 증세가 경기에 타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4~6월에 예상되는 타격을 가능한 한 완화해 7월부터는 성장궤도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소비세율 인상이 이뤄진 4~6월의 분기별 실질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연율로 환산하면 -4.1%로 위축된 뒤 다음 분기인 7~9월엔 2.2%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이번 소비세율 인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연간 8조1000억엔의 증세액 가운데 3분의 2인 5조5000억엔 규모의 지출계획도 마련해 둔 상태다. 아베 정권이 이후 만지작거리려는 건 ‘법인세 인하’ 카드다. 감세를 통해 기업의 고용 창출과 임금 상승의 길을 터 소비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끝난 ‘춘투’에서 아베 정권이 기업들한테 기본급 인상을 강하게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세에 따른 소비 위축을 임금 인상 등으로 완화해 보려는 의도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의 움직임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간소비가 예상외로 차갑게 식을 경우 아베 정권이 지난 1년 동안 거둔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다이이치경제연구소는 이번 증세로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구(연간소득 500만~550만엔)의 연간 세 부담 증가분을 7만1000엔(73만원)으로 추정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지만, 최근 크게 위축된 소비심리로 볼 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계산대 지나봐야 실제 값 알아
4인가구 세부담 증가 연 7만엔 추정
일 언론들은 ‘불안감’ 드러내 일본의 재정 상황을 보면 이번 증세도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일본 내각부의 자료를 보면 올 연말이 되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2%인 1010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경제위기의 진앙지였던 그리스의 부채비율이 150%인 것을 보면, 언제 국가부도가 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또 지난달 말 확정된 2014년 예산 95조8823억엔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조2500억엔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발행 국채 대부분이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증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지난 31일 결전을 앞둔 ‘무장’과 같은 각오를 밝혔다. 그는 “소비세 증세가 경기에 타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4~6월에 예상되는 타격을 가능한 한 완화해 7월부터는 성장궤도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소비세율 인상이 이뤄진 4~6월의 분기별 실질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연율로 환산하면 -4.1%로 위축된 뒤 다음 분기인 7~9월엔 2.2%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이번 소비세율 인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연간 8조1000억엔의 증세액 가운데 3분의 2인 5조5000억엔 규모의 지출계획도 마련해 둔 상태다. 아베 정권이 이후 만지작거리려는 건 ‘법인세 인하’ 카드다. 감세를 통해 기업의 고용 창출과 임금 상승의 길을 터 소비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끝난 ‘춘투’에서 아베 정권이 기업들한테 기본급 인상을 강하게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세에 따른 소비 위축을 임금 인상 등으로 완화해 보려는 의도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의 움직임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간소비가 예상외로 차갑게 식을 경우 아베 정권이 지난 1년 동안 거둔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다이이치경제연구소는 이번 증세로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구(연간소득 500만~550만엔)의 연간 세 부담 증가분을 7만1000엔(73만원)으로 추정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지만, 최근 크게 위축된 소비심리로 볼 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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