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봉투’ 보내온 일본 ‘가자’ 아줌마들
‘노란 봉투’ 보내온 일본 ‘가자’ 아줌마들
한류팬에서 한국사 공부모임 발전
“우리 같은 일본인도 많답니다”
한류팬에서 한국사 공부모임 발전
“우리 같은 일본인도 많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소 사태를 보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노란 봉투 캠페인’ 동참을 결심했지요.”
1일 오후 일본 도쿄 미나토구 오사카경제법과대학 아자부다이 세미나 하우스에 모인 일본인 ‘한류팬 아줌마’들은 자신들을 ‘가자’(KAJA)라고 소개했다. ‘가자’는 ‘한일대안공부모임’의 약자로 한류 드라마와 영화의 이면에 감춰진 한·일 두 나라의 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다.
회원 나카가와 미도리(60)는 “김진숙씨와 희망버스의 사연을 들으며 아직 노동운동의 활력이 살아 있는 한국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김효순(왼쪽 셋째) 전 <한겨레> 대기자를 초청해 한국 현대사에 대한 강연을 듣고, 한 사람당 4만7000원씩 모은 25개의 노란 봉투를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자’는 한류 열기가 뜨거웠던 2007년 결성됐다. 나카가와는 일본 시민단체 파르크에서 마련한 연속 강좌 ‘또 하나의 한류-영상으로 한국 현대사를 본다’를 들은 게 계기였다고 했다. “드라마 <모래시계>를 봤는데 왜 저땐 저렇게 반응할까, 잘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게 되었죠.”
‘가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현장을 피부로 느끼기 위해 해마다 한반도 평화기행도 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 땅 개성을 비롯해 <모래시계>의 배경인 광주 망월동, 평택 대추리, 화성 매향리 등을 거쳐 지난 3월엔 <대장금>의 촬영지이자 4·3항쟁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를 방문했다. 또 다른 회원 쓰쓰미 사토코는 “웬 일본 아줌마들이 강정마을에 가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니 주민들이 놀라면서도 고마워하더라”며 웃었다.
‘가자’ 역시 고노담화의 검정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반동적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위안부 논란은 두 나라 간 외교·정치 쟁점이 아니라 여성의 인권에 관한 문제”라며 “한국인들이 일본엔 우익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시민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