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교육기본법 고치고
올들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교과서 검정기준’ 함께 바꿔
정부 견해 따르도록 의무화
올들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교과서 검정기준’ 함께 바꿔
정부 견해 따르도록 의무화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국가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답한 학생이 일본에선 50.6%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중략) 이는 우리의 의무교육에 대담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아름다운 나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교과서 우경화’와 교육개혁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 1기 내각 총리로 취임하기 직전인 2006년 7월 펴낸 저서 <아름다운 나라>에서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지난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해 온 일본의 교육 탓에 아이들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이런 ‘자학사관’을 버리고 일본인의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책이 출판된 직후 일본의 90대 총리로 취임한 아베는 자신의 우편향된 교육 철학을 하나씩 실행해가기 시작한다. 그는 집권 1기 때인 2006년에는 일본 교육의 헌법이라 불린 교육기본법(1947년 제정)을 개정해 애국심 교육을 강화했고, 5년 동안의 와신상담 끝에 2012년 12월 재집권한 다음에는 ‘자학사관으로 찌든’ 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한 전쟁을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의 교과서 정책의 큰 뼈대는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실행본부)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중간보고서>에 정리돼 있다. 이를 보면 실행본부는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었지만 (중략) 여전히 많은 교과서가 자학사관에 기초해 있는 등 문제가 되는 기술이 존재한다”며 가장 큰 문제로 영토 문제를 꼽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현재 일본의 교과서가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다루면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충분히 기술하고 있지 못하고, 센카쿠열도에 대해선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도 존재한다”고 한탄한 뒤, “정부의 견해와 확정된 사실이 있는 사안에는 이를 확실히 기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교과서를 통해 아이들에게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가르치기보다는 정부의 견해를 주입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셈이다.
이후 일본 정부는 이 보고서의 제안을 착착 시행해 나가는 중이다. 지난 1월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의 집필 기준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와 센카쿠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못 박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쓰이는 중학교 지리·역사, 2017년부터 쓰이는 고등학교의 일본사·지리 교과서 등에는 모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포함되게 됐다. 4일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2015년부터 사용)는 이 해설서의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영토에 대한 기술을 강화하라는 아베 정권의 지침에 따라 출판사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내용을 대거 포함시켰다. 검정 탈락을 두려워한 출판사들이 알아서 아베 정권의 방침에 순응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교과서 검정기준’을 바꿔 교과서에 영토나 역사 문제를 다룰 땐 반드시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따르도록 의무화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엔 자세한 기술이 없지만, 이후 검정이 이뤄지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엔 이 기준에 따라 난징대학살이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기술이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일본의 교과서 운동을 이끌어 온 ‘아이들과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의 다와라 요시후미 사무국장은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교과서 검정 때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1982년의 근린제국조항을 사문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거센 우경화 흐름 속에서 양식 있는 목소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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