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와 관련해 외교부로 초치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도렴동 외교부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독도는 일 고유영토” 기술
5~6학년용 4종 검정 통과
정부, 주한 일 대사 불러 항의
5~6학년용 4종 검정 통과
정부, 주한 일 대사 불러 항의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사용할 모든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포함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교육 우경화’ 정책으로 교과서가 개악되면서, 1982년부터 지켜져온 “교과서를 집필할 땐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이 사실상 해체된 모양새다. 한-일 간 ‘역사 갈등’이 출구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4일 2015년부터 사용되는 초등학교용 교과서 139종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도쿄서적의 <새로운 사회> 등 검정을 통과한 4종류(5·6학년 각 1권씩 8권)의 초등학교 5~6학년용 사회과 교과서 모두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점령)하고 있다”는 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검정이 이뤄진 현행본에선 1종류에만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날 검정 결과가 나온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는 지난 1월 문부성이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표기하도록 개정한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 초등학교에서도 모든 종류의 교과서에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 <도쿄신문>은 “영토 교육을 강화하려는 아베 정권의 의향을 반영한 출판사들의 편집 자세”라고 꼬집었다. 이번 검정 결과와 해설서 개정 등에 따라 초등학교에선 2015년, 중학교는 2016년, 고등학교는 2017년부터 각각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포함된 교과서가 사용되게 됐다.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의 한반도 침탈 역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또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어 “아베 총리가 불과 3주 전 국회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공언하고서도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왜곡·은폐하는 교육을 실시한다면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릴 뿐 아니라, 일본의 미래세대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검정을 주도한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상은 “자국 영토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출판사들의 대응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것 외에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일 역사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면서, 이달 말 아시아 순방길에서 북핵과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재정비하려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용인 석진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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