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지난주 북-일 회동서 밝혀”
북한이 최근 열린 북-일 당국 간 비공식 협의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재조사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복수의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 5~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비공식 협의에서 북한이 납치 피해자의 안부에 관한 재조사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북한이 이에 대한 대가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 간부가 북한을 방문하면 일본으로의 재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도항 제한’의 해제 등을 요구했으며, 일본이 이에 대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앞서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 담당상은 지난달 말 “북한이 성의있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내린 (제재) 조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그밖에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있는 17명의 납북 피해자 말고도, 납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있는 ‘특정 실종자’에 대한 조사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이 “납치 문제는 해결됐다”는 태도를 버리고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성의 있는 ‘선조처’ 등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이 닫힌 상태에서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가 일본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기 중 납치 문제 해결’을 공약한 아베 신조 총리의 단독 행동이 두드러질 경우 공동 보조를 요구하는 한·미 양국 정부의 견제가 예상된다.
신문은 “(북·일) 양국 당국자가 이달 안에 다시 한번 비공식 회담을 한 뒤, 국장급 공식 회담을 통해 최종 합의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북·일은 2008년 8월에도 납치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이를 번복한 적이 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스가 장관은 1월 말 북-일간 하노이 접촉도 부인한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