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사키 우케루(70) 전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장
마고사키 전 일 외무성국장 인터뷰
집단적자위권·센카쿠 갈등 등
“미, 일본위해 싸워주는 일 없어”
집단적자위권·센카쿠 갈등 등
“미, 일본위해 싸워주는 일 없어”
마고사키 우케루 전 외무성 국제정보국장(70)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외교.안보 전문가다. 그의 저서 <일본의 영토분쟁>(2011년)과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2012년)는 영토와 역사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를 ‘미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석해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3일부터 시작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 문제에 치중하고, 일본이 관심을 갖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안보 문제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크게 강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이 (센카쿠 열도 유사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일본을 위해 싸워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3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미국이 염두에둔 이번 순방의 최대 목표는 무엇인가?
“핵심 현안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등 경제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도적으로 중국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등 안보 이슈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어 중심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단,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 문제를 일정 정도 강조할 가능성은 있다.”
-현재 미-일 간의 핵심적인 외교 현안은 대중 정책의 차이다.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문제가 민감한데.
“현실적으로 미국은 센카쿠 분쟁에 개입할 능력이 없다. 지금 중국의 전력 대부분은 대만을 향하고 있다. 이곳에 배치된 중국의 전투기가 300대 이상이고 이 가운데 30~40%는 F-15급이다. 중국이 대만과 센카쿠 열도에 대해 동원할 수 있는 F-15급 전투기가 120대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맞서는 자위대의 전투기는 10여기고, 미국도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더해 중국의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이 최소 80기, 순항 미사일은 300기 이상이다. 그래서 전투가 발생하면 중국이 주일미군의 활주로를 간단히 파괴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미국이 센카쿠에 나올 태세가 되어 있지 않다. 현재 미-중은 신형 대국관계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정치나 문화, 경제에서 서로 대립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군사 분쟁은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미-중은 절대로 군사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그래도 미-일 사이엔 미-일 안보조약이 있는데.
“센카쿠 열도가 안보조약의 범위 안에 있다는 것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실제 개입하는 것은 다르다. 미일 안보조약 5조는 ‘일본의 시정권 아래 있는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자국의 헌법상 절차에 따라 공동의 위험에 대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미국 헌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승인하지 않으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견줘, 북태평양조약기구(나토) 헌장 5조를 보면 공격을 당하면 바로 행동을 취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 내에선 미-일이 대중국 정책의 차이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다나카 히토시 일본종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이 그런 주장을 해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미국에게 일본을 위해 중국과 싸울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이익은 이미 중국으로 옮겨갔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말하거나 불가능한 것을 국가의 목표로 하면 안된다.”
-한국에도 소개된 당신의 저서들을 보면, 반미적인 정서가 눈에 띈다. 외무부의 엘리트 관료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1972년에 ‘닉슨 쇼크’라는 게 있었다. 전후 일본 외교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보수와 혁신 양쪽 모두 중국과 외교 관계를 회복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모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는 대국과 관계를 갖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중국과 외교관계를 회복할 수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중국이 유엔(UN)에 가입하는 문제에서도 일본은 앞에 내몰려 이를 반대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닉슨 미국 대통령이 아무런 통보 없이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의 충격 탓에 일본은 미국이라는 나라는 모든 것을 자기를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 때문에 1972년에서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외교를 사고하는 이들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 1982년 스즈키 젠코 전 총리가 미-일 동맹을 처음으로 군사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 일변도 외교 정책이 시작됐지만, 그 전의 일본 외교는 미국 일변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 의존이 아닌 자주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가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일본 외무성의 주류 흐름이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생겨나게 됐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어떤가. 한국에서도 관심이 많다.
“아베 정권은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목표는 동아시아가 아니라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이다. 즉,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일본 자위대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만들기’다. 현재 일본의 시정권 아래 있는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이를 일본의 관할지 이외 지역에까지 적용시키고, 먼저 선제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북한의 유사사태다. 2008년에 나온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1차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미국 본토에 탄도미사일을 쏘면 일본이 이를 요격한다는 사례가 포함돼 있다. 이 논리를 조금 더 밀고 가면,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하려는 징후가 있으면 일본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한-일 사이엔 역사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역대 주한 일본 대사 가운데 외무성 사무차관을 역임한 스노베 료조(1918~2006)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독도에 대해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말을 남겼다. 독도에 대한 양국의 의견을 다르지만 이 문제로 양국 관계를 나쁘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 정신이 한일협정이 체결된 1965년엔 있었다. 이를 잊고 양국의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를 추구하게 된 게 가장 큰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군사협정에는 반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국들이 군사력으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겠다고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군사협력을 추진하면 북한의 반발이 더 강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미사일 방어(MD) 체제는 어떻게 보나. 미국은 한국의 엠디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엠디는 군사적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고 본다. 두 가지로 나누어 보자. 하나는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이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적의 공격에 대비해 핵 기지를 방어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론적으로 엠디가 가능할지 모른다. 상대의 탄도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질지 탄착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을 상대로 공격이 이뤄질 때는 의미가 없다. 가령 일본 본토를 상대로 탄도미사일 공격이 이뤄질 경우 어느 도시를 공격하는지 알 수 없다. 이 경우에 엠디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아주 나쁘게 말하면 미국의 무기 상인이 일본에 무기를 사라는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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