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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원폭 2세 김형률씨 얘기 일본에 더 알려야”

등록 2014-04-29 19:18수정 2014-04-29 20:55

일본인 아오야기 준이치(64)
일본인 아오야기 준이치(64)
‘김형률 유고집’ 낸 아오야기

‘2세 환우회’ 초대 회장 맡아
‘대물림’ 피해 알리다 서른다섯 떠나
“피해자 2~3세들 취직 등 차별
후쿠시마 주민들도 그런 두려움
생존할 권리 스스로 추구해야”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를 겪었습니다. 사회적으론 ‘헤이트 스피치’(혐한 시위 등 인종차별 집회)가 횡행하고 있고요. 그럴수록 형률씨의 주장을 일본 사회에 더 알려야 합니다.”

일본인 아오야기 준이치(64·사진)의 기억 속에 한국원폭2세환우회 초대 회장 김형률은 2005년 5월24일 나리타공항에서 헤어지던 수척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도쿄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부산의 집으로 돌아가던 그를 배웅하던 길이었다. 그때 아오야기를 향해 웃음 짓던 김형률의 모습이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 됐다. 그로부터 불과 5일 뒤 김형률은 서른다섯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던 한국 사회는 물론, 일본의 아오야기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아오야기는 “형률씨의 글을 일본 사회에 꼭 소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우여곡절을 거쳐 9년 만에 그 결실이 햇볕을 보게 됐다.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김형률 유고집 <피폭자 차별을 넘어 살아간다-한국 피폭자 2세 김형률>은 한국 사회 원폭 피해자 2세들의 인권 문제를 처음 알린 김형률이 여러 장소에서 발표한 원고를 모은 책이다. 1부엔 히로시마에서 여섯살 때 피폭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김형률의 생애가 전기 형식으로 담겼고, 2부엔 그가 여러 곳에서 발표한 선언문·진정서·조사서·청원문 등의 원고가 실렸다.

아오야기는 “형률씨의 글을 번역하면서 예전엔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형률씨의 주장은 ‘우리에겐 생존할 권리가 있다. 그것을 자각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원폭 피해자와 2~3세들이 결혼이나 취직 등에서 많은 차별을 겪고 있다. 2011년 3·11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 주민들도 그런 두려움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아오야기는 “후쿠시마 주민들도 형률씨처럼 사회의 차별을 넘어 스스로 피해자라는 것을 자각해 스스로의 권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률이 숨지기 전 강력히 주장했던 ‘선지원 후규명’(국가가 2세들에게 먼저 의료 지원을 하고, 인과관계는 나중에 규명하자는 주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아오야기는 “요즘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이웃들과 평화공존의 길을 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아오야기는 새달 24일 부산에서 열리는 ‘김형률 9주기 추모제’ 때 유고집을 유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형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가까워지는데, 그가 염원했던 ‘원폭 피해자 및 피해자 자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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