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신문사 문화부 기자 야마오카가 원전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온 뒤 피로감을 호소하며 코피를 흘리는 장면
주인공은 ‘코피’…주민은 “살 곳 아냐”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밝힌 것일까, 피폭자 차별을 조장한 것일까. 일본의 인기 만화 <맛의 달인>(오이신보)이 묘사한 피폭 후유증을 둘러싸고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8일 발행된 쇼각관의 인기 잡지 <빅코믹스스피리츠>에 연재중인 만화 <맛의 달인>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을 취재하고 돌아온 주인공의 사연을 묘사한 것이다. 만화에는 주인공인 신문사 문화부 기자 야마오카가 원전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온 뒤 피로감을 호소하며 코피를 흘리는 장면(사진)이 나온다. 그러자 후쿠시마 제1원전이 위치한 후타바마치의 이도가와 가쓰다카 전 촌장이 “나도 (코피가) 난다. 후쿠시마에선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단지 말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독자들로부터 이게 진짜냐고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12일 발행된 같은 만화에서 다시 한번 이도가와 전 촌장이 “(후쿠시마에) 코피와 피로감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은 것은 피폭을 당했기 때문이다. … 후쿠시마에 살아선 안 된다”고 말하는 내용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당장 후쿠시마현이 반발하고 나섰다. 현은 이날 누리집에서 “쇼각관에 항의문과 현의 견해를 전달했다. 현의 품평에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이 작품의 만화가인 가리야 테츠는 “실제 취재를 다녀온 뒤 코피가 나 멈추지 않았던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가리야는 진보적 주간지 <주간금요일>에 ‘만화 일본인과 천황’을 게재할 정도로 좌파적 견해를 가진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맛의 달인> 연재를 시작한 것은 1983년부터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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