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가리야 테츠(72)
피폭 후유증 묘사 만화 ‘맛의 달인’ 논란에 작가 쓴소리
“지금까지 나에게 호의적이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중략) 그러나 자기 기만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맛의 달인> 작가 가리야 테츠의 블로그)
13일 일본 사회는 2011년 3·11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후쿠시마 지역에 취재를 다녀온 주인공이 갑자기 코피를 흘리고, 이것이 “피폭됐기 때문”이라고 묘사한 인기 만화 <맛의 달인>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양분됐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만화가 가리야 테츠(72·사진)는 최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향한 사회의 비판에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깨끗하고 귀에 듣기 좋은 말은 다른 미디어에 얼마든지 있다. 지금의 일본 사회는 자신에게 좋지 못한 진실을 싫어하고, 마음 편한 거짓말을 쫓는 분위기에 싸여 있다. 맛의 달인이 마음에 안 든다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얘기를 읽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맛의 달인>을 통해 지금까지 아무도 드러내고 말하지 못했던 피폭을 둘러싼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가리야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등 사고 지역을 취재한 바 있다.
현지에서 원전 반대운동을 해 온 이들은 가리야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화에도 등장하는 의사인 마쓰이 에스케(76) 전 기후대 조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화가 그린 것은 모두 사실이다. 실제로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원발(원자력발전)사고의 형사책임을 묻는 원발고소단장’인 무토 루이코(60)도 “사고 이후 코피가 터졌다는 얘길 나도 들었다.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심쩍은 태도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33명의 후쿠시마 어린이들에게서 갑상샘암이 발견되고, 41명이 악성 의심 판정을 받았는데도 원전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가리야는 “‘후쿠시마는 안전하다, 부흥은 진행 중이다’라고 쓰면 기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진실만을 쓸 것”이라며 “연재 중인 ‘후쿠시마의 진실’ 24편이 발행(19일 예정)된 뒤 본격적인 반론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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