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집단적 자위권 추진 공식화 파장
“외국서 전쟁 하는일 없다” 선긋지만
헌법해석 변경 ‘자위대 역할’ 확대
한반도 유사사태때 등 일본역할 커져
“외국서 전쟁 하는일 없다” 선긋지만
헌법해석 변경 ‘자위대 역할’ 확대
한반도 유사사태때 등 일본역할 커져
15일 공개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안보간담회)의 보고서는 전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일본 안보의 틀을 근본부터 바꾸려는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대목들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의 핵심은 역대 일본 정부가 40년 넘게 계승해온 헌법 해석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개별적 자위권만으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자위권을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로 행사해야 한다는 기준에 개별적 자위권뿐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인정하도록 헌법 해석을 바꿔야 한다”고 명시했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협력 요구를 받을 때마다 “일본은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그 행사를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헌법 9조의 정신과 미국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적잖은 고심을 거듭해왔다. 그 직접적인 해답이 일본 정부가 지난 40여년 동안 유지해온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이었다. 1972년 10월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이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더라도,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실력으로 저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일본은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 이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아베 정권이 이를 흔드는 데 대해선 자민당 내 온건파들도 “헌법을 일개 정권의 ‘각의 결정’으로 사실상 바꾸겠다는 것으로 입헌주의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로 일본에 대한 안보 위협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보고서는 국제분쟁에 대한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보고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으로 ‘일본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명시해, 자위대가 세계의 거의 모든 국제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공해상의 미국 함선 방어 △미국으로 가는 탄도미사일 요격 등 2008년 1차 보고서에서 제시된 4가지 사례에 더해 △일본 주변 유사사태 때 외국 선박 강제검사 △일본 함선의 항해에 영향을 주는 해역의 기뢰 제거 등 6가지 사례를 추가했다.(그래픽 참조)
이로 인해 ‘전수방위’(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한다)의 원칙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온 자위대의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해외 분쟁에 대한 자위대의 개입은 1992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시작된 뒤 1994년 북핵 위기 이후엔 일본 주변사태에 대한 ‘후방 지원’(1997년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확장됐다. 이후 집단적 자위권이 본격 행사되면 일본 주변사태를 넘어 중동 등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외국의 분쟁에 직접 참여가 가능해진다.
물론 보고서가 그대로 일본 정부의 방침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보고서는 자위대가 “국제질서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유엔의 결정에 기초한 활동에 참가해야 한다”며 1990년 1차 걸프전 때 결성된 다국적군을 실례로 꼽았다. 일본 우익들의 염원대로 ‘자위대가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피를 흘리자’고 제안한 셈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자위대가 외국 영토에서 전쟁하는 일은 없다”며 이 부분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움직임은 한국의 안보에도 새로운 고민을 던지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한반도 유사사태 때 북한 선박 강제점검 등의 형태로 일본의 역할이 커진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주변국이 한반도 사태에 대한 군사적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은 안보상의 큰 우려가 될 수 있다.
이제 공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으로 넘어갔다. 자민당은 이날 공개된 내용을 기초로 20일부터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이를 둘러싼 여당 내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공명당 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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