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 선택지는 둘…대미 동맹 강화하거나, 중 끌어안거나

등록 2014-05-27 20:12수정 2014-05-27 22:23

일본의 한계

일-중 경제력 이미 격차
아베정권 새 길 모색 쉽지않아
“무력이나 강압으로 현재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7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석유 시추는 “일방적 활동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일본의 중국 견제 의도를 강조했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 중인 베트남에 해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일본의 선택은 ‘미-일 동맹 강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은 가장 상징적인 예다. 그동안엔 일본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경제 성장에 몰두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일본도 ‘적극적 평화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미국의 안보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에 대한 일본의 강한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도움을 절실히 원할 때 미국이 정말 나설 것인지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새뮤얼 록클리어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미국은 태평양에서 상륙 작전을 할 충분한 능력이 없다”고 말해 일본을 공황상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일본에선 중·장기적으로 중-일 양국의 국력 차가 벌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가 3월 내놓은 자료 ‘중국의 국방예산에 관하여’를 보면,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12조9117억엔(8082억위안)으로 이미 일본 국방예산(4조7838억엔)의 2.7배를 넘는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국방비를 매년 10% 넘게 늘려왔지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일본은 매년 0.1~1%씩 줄이다 지난해(0.8%)와 올해(2.2%) 조금 늘렸을 뿐이다. 중국은 이미 핵탄두와 이를 실어 보낼 다양한 사거리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 항공모함의 동중국해 근해 접근을 저지할 수 있는 유도형 탄도탄 미사일 둥펑(DF)-21도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산하 21세기정책연구소의 지난해 예측을 보면, 구매력을 기준으로 중-일의 경제력 격차는 2010년 이미 1.96대 1이었고, 2030년이 되면 4.49대 1로 벌어진다. 인구학적으로 봐도 2030년 일본의 인구는 현재보다 1000만명 넘게 줄어든 1억1662만명(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 31.6%)이 된다. 고령화로 활력이 떨어진 일본이 중국과 직접 대결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 셈이다.

일본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둘이다. 하나는 지금처럼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외길’을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09년 취임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내걸었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처럼 중국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장래 일본이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미국이 중국과 타협적인 자세로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의 고립은 피할 수 없다. 일본의 새로운 대중정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아베 정권의 출현 이후 중-일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새로운 길의 모색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