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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와 김정은의 ‘도박’

등록 2014-05-30 19:52수정 2014-05-31 00:0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오후(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평안남도의 인공호수 휴양지로 유명한 연풍호 인근에 건설중인 과학자휴양소를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다.(오른쪽) 도쿄/AFP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오후(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평안남도의 인공호수 휴양지로 유명한 연풍호 인근에 건설중인 과학자휴양소를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다.(오른쪽) 도쿄/AFP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굳게 닫혀 있던 납치 피해자 구출의 문을 열 수 있었다.”

30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 앞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북-일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을 ‘필생의 과업’이라 말해왔다. 그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에서 1988년 중의원 의원이던 아버지 아베 신타로의 비서로 일하며 납치 문제를 알게 됐고, 1993년 처음 의원에 당선됐을 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아베
결과나올 내년에 선거
성과 좋으면 장기독주
진전 없으면 정권시련

김정은
김정일 발표 뒤집고도
일 국민 만족 못시키면
경제협력 못 얻을수도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이다. 납치 피해자 가족모임 등은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아베 총리밖에 없다”며 아베를 전폭 지지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진전된 성과를 얻지 못하면 큰 시련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3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이 약속한 재조사의 실효성을 캐묻는 기자들에게 “북한이 강력한 권한을 지닌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해 구체적인 조직, 구성, 책임자 등을 일본에 통보한다는 명확한 발언이 있었다” “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해제했던 제재를 원상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조사 결과는 길어도 1년 이내에 나올 것”이라며 “질질 끌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도 “앞으로 북한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강하게 촉구해 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번 합의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에게도 큰 도박이다. 합의대로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면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납치 피해 의심자 가운데 5명 생존, 8명 사망, 4명 입국 사실 없음”이라는 결과를 일정 부분 뒤집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은 29일 발표문에서 “납치 문제에 대한 종래의 입장은 있지만”이라는 문구를 넣어 북한이 얼마나 고심 끝에 이번 합의를 받아들였는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북한이 성의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도 일본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2002년 9월 평양선언 이후처럼 납치 피해자 조사에 나서고도 원하는 경제지원은 손에 못 넣을 수 있다. 이 경우 김 제1비서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 역시 상당하다.

이런 위험에도 양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두 지도자는 커다란 정치적 과실을 손에 쥘 수 있다. 북한의 재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월께 일본에선 통합지방선거가 치러지고, 9월엔 자민당 총재 선거도 예정돼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아베 정권의 장기 독주도 가능해진다. 김 제1비서도 일본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북-일은 합의를 발표한 다음날부터 골칫거리인 총련 본부 건물의 처리 문제에 대한 이견을 노출했다.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담당 대사가 합의문에 ‘재일조선인 지위’ 문제가 언급됐다는 점을 들어 “꾸준히 대책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가 관방장관은 “건물의 경매는 법원에서 처리중인 문제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도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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