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도쿄 시부야 공회당에서 열린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9조의 모임’ 10주년 기념식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평화헌법 수호 ‘9조 모임’ 10돌 기념식
초청 연사 김영호교수
“아시아 시민사회 연대해
국가의 논리 깨뜨려야”
오에 겐자부로
“전쟁 준비하면
전쟁 날 확률 높아”
한국 10개 시민단체 연대메시지
일 시민들의 비판 발언도 이어져
초청 연사 김영호교수
“아시아 시민사회 연대해
국가의 논리 깨뜨려야”
오에 겐자부로
“전쟁 준비하면
전쟁 날 확률 높아”
한국 10개 시민단체 연대메시지
일 시민들의 비판 발언도 이어져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9년 동안 일본의 평화와 발전을 지탱해온 평화헌법 9조를 지키려는 시민단체 ‘9조의 모임’이 10일 도쿄 시부야 공회당에서 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날 기념식장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각의 결정’이 곧 이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이었다.
이날 강연회의 초청 연사로 나선 김영호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한국 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는 일본의 헌법과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인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은 과거에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삼았다는 것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후 일본이 잘못을 반성하고 그 기반 위에서 국교가 정상화돼 아시아인들과의 교류와 경제 발전이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중국이라는 적을 만들어 보수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국도 일본이라는 적을 통해 내부의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는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에 빠져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과 중국의 해양 진출은 이런 배경 속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성숙된 시민사회가 서로 연대해 국가의 논리를 깨뜨리고 ‘아시아 시민 평화회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9조의 모임’을 이끌어온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함께 이 모임을 만들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가토 슈이치의 말을 인용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우리(일본인들)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전후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며 “전쟁을 준비하게 되면 전쟁이 날 확률이 높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일 시민들의 연대의 장이 됐다. 함세웅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이이화 한일시민선언실천협의회 공동대표,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보내온 연대의 메시지도 공개됐다. 한국 시민사회가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일본 시민사회에 의견을 보내온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아베 정권의 폭거는 일본 자신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일본이 평화헌법을 통해 동아시아인들로부터 받아온 신의를 파괴하고, 다시 한번 동아시아의 불안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뜻한다”고 우려했다.
일본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연사로 나선 이케다 가요코는 “전후 전쟁에서 단 한명의 외국인도 죽이지 않았다는 게 일본의 소중한 브랜드가 돼 있다.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내각법제국 장관을 지낸 사카타 마사히로도 “헌법 해석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입헌주의에 반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9조의 모임’이 발족한 것은 고이즈미 정권이 이라크 파병을 하던 2004년 무렵이었다. 당시 자위대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이라크전쟁의 뒤처리 작업을 떠맡기 위해 파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가토 슈이치와 오에 겐자부로 등 9명의 저명인사들은 9조의 모임을 만들어 파병에 반대하는 뜻을 모았고, 이 모임은 전국 각지에 7500개가 넘는 풀뿌리 조직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현재 일본은 ‘다시 전쟁하는 나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분수령에 섰다. 그동안 일본 사회가 우경화하면서 9조의 모임의 열기도 한풀 꺾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이 운동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향해 폭주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보수층까지 흡수해 확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10일 보도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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