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열린 ‘유로사토리’에
미쓰비시 등 13개업체 첫 출품
미쓰비시 등 13개업체 첫 출품
16일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육상무기 박람회인 ‘유로사토리’에 지금까지 한번도 참가하지 않던 나라가 새롭게 등장했다. 47년 동안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 수출 3원칙’을 지난 4월 개정하고 방위산업 활성화에 나선 일본이다. 일본의 극우 <산케이신문>은 이를 “일본 방위산업의 국제무대 데뷔”라고 표현했다.
영국 등에 정보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는 후지쓰의 야마모토 마사미 사장은 이날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원칙에 저촉되지 않도록 자제하며 진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강점이 있는 기술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58개국 1500개 기업이 참가한 올해 ‘유로사토리’에는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후지쓰 등 13개 기업이 다양한 제품을 출품했다. 일본 기업들은 전차와 장갑차 모형 외에도 지뢰탐지기, 기상 레이더, 초고감도 감시카메라 등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첨단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기술은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 이후 무기 수출 3원칙을 폐기하는 등 방위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 재생을 꾀하는 아베 총리에게 방위산업은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성향과도 잘 맞는 ‘블루오션’이다. 일본은 과거 세계 최고 성능의 함상 전투기인 제로센,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무사시 등을 개발한 역사가 있고, 지금도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중국 견제’와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방위협력 강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일본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초 유럽 6개국 순방길에서 프랑스·영국·독일 등과 방위장비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했고, 11일엔 오스트레일리아와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의)을 열어 방위장비 협력 추진과 공동 군사훈련 확대에 합의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개발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해상 자위대의 신형 잠수함 ‘소류’, 인도는 먼바다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구난비행정 US-2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당장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전기에서 미사일·레이더 부문을 담당하는 마쓰모토 아키히로 상무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기보단, 지금처럼 정부 방침에 맞춰 해나겠다”고 밝혔다. 무기 수출은 외교·국방 등 국가 정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게 이유다. 현재 일본 군수산업의 규모는 약 1조8990억엔으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 일본 전체 산업 생산의 0.6%에 불과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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