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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정부, 고노담화는 ‘외교 산물’…위안부 과거사 흔들기

등록 2014-06-20 21:23수정 2014-06-20 23:38

일 정부 “한-일간 문안 조율, 양국 정상 확인까지 받았다”
고노담화를 ‘외교 산물’로 격하…위안부 과거사 흔들기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는 한-일 양국이 핵심 문안을 사전 조율하고 정상들의 확인까지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 8월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사실상 한-일 외교협상의 산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향후 양국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검증보고서 발표 파문
“수정은 없다” 밝혀
외교부 “깊은 유감
국제사회 용납 안할 것”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 부장관은 2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간담회에 참석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 간 조율의 경위’란 제목의 고노 담화에 대한 검증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검증보고서엔 1991년 8월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표면화된 때부터 2002년까지 양국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물밑에서 벌인 공방을 매우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고노 담화가 양국 정부의 치밀한 사전 조율에 의해 만들어진 외교적 산물임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또 보고서 후반엔 ‘아시아 여성기금’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일본 정부의 시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현재 한국 정부의 주장이 부당하다는 일본 쪽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외교적 관례를 깨면서까지 양국간의 조율 과정을 폭로하며 고노 담화 흔들기에 나선 것도 한-일 관계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외교부에서 고노 담화 작성 과정의 실무를 맡았던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이번 검증 결과 보고서 발표로 고노 담화는 상당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한-일 간에 정상적인 외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담화가 나오기 5개월 전인 1993년 3월 “담화는 일본 정부가 자주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섭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발표 내용이 한국도 납득할 내용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문구 협의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사실관계에 왜곡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한국 정부의 의향이나 요망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불가능한 것은 부정한다”는 자세로 조정에 임한다. 그에 따라 양국은 △위안소 설치 과정의 일본군 관여 여부 △위안부 모집 과정의 일본군 관여 여부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 등 담화의 주요 쟁점에 대해 문안 조정을 거쳐 담화를 완성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안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의 확인을 받은 뒤 최종안으로 결정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담화 발표 전날인 1993년 8월3일 주일 한국대사관이 일본 외무성에 “김 대통령이 이 안을 평가하고 있고 한국 정부로부터도 괜찮다는 연락이 있었다”는 통보를 했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양국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하기로 향후 언론 대응 지침까지 합의했다.

당시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은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수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새로 덧붙이거나 뺄 이야기도 없다”며 “고노 담화는 당시 한-일 관계의 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한 결과물이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담화를 수정하지 않고 계승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검증을 강행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검증이라는 구실 하에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또다시 건드리는 행위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일본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용인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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