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원전, 새 기준 첫 통과…원전 재가동 초읽기
“(심사를 통과했다고) 안전하다고는 말하진 않겠다.”(다나카 슌이치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
“재가동은 사업자가 판단해 결정할 문제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원전의 안전 확보에 적절한 대응을 부탁한다.”(이토 유이치로 가고시마현 지사)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 이르면 올 10월부터 원전이 공식적으로 재가동될 전망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규제위)는 16일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규슈전력 센다이 원전 1·2호기가 지난해 7월 마련된 새로운 ‘규제기준’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규제위는 한달 정도 의견 청취기간을 거친 뒤 다음달께 이 원전의 심사 합격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센다이 원전 1·2호기 원자로는 해당 광역지방자지단체인 가고시마현의 동의를 얻으면 이르면 10월부터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3·11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선 후쿠이현 오이 원전 3·4호기 등이 일시적으로 재가동된 바 있지만, 이는 옛 규제기준에 따른 조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드러난 문제를 반영해 새로 만들어진 규제기준에 합격한 원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17일 “원전 재가동에 대한 책임 소재가 애매한 상태에서 센다이 원전과 같은 종류의 가압형 경수로의 심사가 착착 진행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16일 심사 결과를 발표한 다나카 위원장은 규제위가 판단한 것은 센다이 원전이 규제기준을 만족하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일 뿐이라는 전제 아래 “내 입으로 (기준을 통과했으니) 안전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재가동에 관한 판단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발 뺐다. 정부를 대표하는 스가 관방장관도 “재가동은 사업자(전력회사)가 판단할 문제”라며 국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전 재가동 여부에 ‘비토권’을 쥔 가고시마현도 어쨌든 원전이 안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원전을 재가동할지에 대한 판단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3년째 적자 행진 중인 전력회사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일본 전체가 원전 재가동을 향해 돌이킬 수 없는 한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현재 규제위에 안전 심사를 신청한 원전은 센다이 원전을 제외하고 모두 11개 원전, 17개 원자로에 이른다. 일본 언론들은 새 규제기준을 통과한 원전이 나옴에 따라 앞으로 규제위의 심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가동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전기요금이 올라 기업과 가계에 폭넓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보 전진이다. 규제위가 심사하고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지자체의 이해를 얻어가며 재가동을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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