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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에 남은 북한인 유골도 고향 가야죠”

등록 2014-07-28 20:50

이일만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이 지난 23일 일제 강점기 군인·군무원으로 강제동원된 북한 출신자들의 유골이 보관돼 있는 유텐지(우천사)의 납골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고 있다.
이일만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이 지난 23일 일제 강점기 군인·군무원으로 강제동원된 북한 출신자들의 유골이 보관돼 있는 유텐지(우천사)의 납골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고 있다.
도쿄 ‘유텐지’에 425위 보관
북-일 합의뒤 인적왕래 가능해
강제연행조사단 9월말 반환추진
“일, 보상·사과 등 원칙 지켜야”
“지금 북-일간 협의에서 잊혀진 주제가 있습니다. 일본 유텐지에 남아 있는 북한 출신자들의 유골입니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 유텐지역에서 내려 조용한 주택가를 5분 정도 걸으면, 반듯한 산문(절의 정문)을 갖춘 대형 사찰과 만나게 된다. 조선인 군인·군속들의 유골이 40년 넘게 보관돼 온 유텐지다. 지난 23일 오전 이일만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 사무국장과 함께 방문한 유텐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본당 뒤에 자리한 납골당 주변엔 보수작업이 한창이어서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순 없었다. 이 사무국장은 “저 건물 안에 북한 출신자 유골 425위가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북-일 양국이 ‘스톡홀름 합의’ 이행을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양국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을 조사하기 위해 만든 ‘특별조사위원회’를 가동하는 시점에 일본도 인적왕래 금지 등 일부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인적왕래 금지 조처가 철회됐기 때문에 재일 조선인들의 오랜 숙원이던 북한 출신 군인·군속들의 유골을 고향으로 모셔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8월 말~9월 초 나올 예정인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조사 결과를 봐가며, 9월 말께 유족 2~3명을 시범적으로 초청해 유골 반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북한도 최근 조사단에 유족들의 방일을 허락하겠다는 의향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유텐지에 2300여위의 조선인 군인·군속들의 유골이 보관되기 시작한 것은 1971년 5월부터다. 이 가운데 남한 출신의 유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게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한 뒤 2008~2010년 4차례에 걸쳐 모두(423위) 한국으로 반환됐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 출신과 해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서 수상한 폭발로 가라앉은 우키시마호 희생자들의 유골이다.

지금껏 북한 출신자들의 유골을 반환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사단은 2004년 북한의 ‘조선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 보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북에 생존해 있는 김용균(해군 군속·1944년 9월19일 사망)의 아들 김용호씨와 김정표(육군 군속·1944년 12월31일 사망)의 아들 김원경씨를 찾아냈다. 조사단은 이들의 방일을 추진했지만, “안내인 없이 유족의 방문만 허락한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추가로 3명의 유족이 확인돼 지금껏 확인된 북한 쪽 유족은 5명이다.

이 사무국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반환”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사단은 일본 정부에 대해 △유골 관련 자료를 북한 당국에 전면 제출할 것 △반환시 디엔에이(DNA) 감정 등을 통해 유골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것 △유골 반환이 늦어진데 대해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반환 비용을 부담할 것 △성의 있는 보상을 추진할 것 등을 요구해 나갈 방침이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 유골 반환이 작은 사업일지 모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북-일간 교섭의 형평을 맞추고, 북-일 국교 정상화 회담에 물꼬를 트는 데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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