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간사장
“아베와 자위권 견해 달라” 명분
“차기 총리 노리고 거절” 해석
“차기 총리 노리고 거절” 해석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이시바 간사장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다음달 3일 이뤄지는 일본 정부 개각에서 자민당의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사진) 간사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의한 안전보장법제 담당상(이하 안보상) 자리를 고사하겠다는 뜻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3일 전했다. 신문을 보면, 이시바 간사장은 22일 측근들에게 “안보상은 총리와 100% 생각이 일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내가 정권에 들어가 일심동체가 되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24일 이시바 간사장이 25일 이후 아베 총리와 만나 안보상으로 입각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시바 간사장이 입각 거부 결단을 내리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아베 총리와의 이견이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은 ‘각의 결정’이라는 정부 권한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견줘, 이시바 간사장은 국회가 ‘국가안전보장기본법안’이라는 별도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국회가 법률 제정이라는 방식을 통해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 때문에 이시바 간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며 (담당 장관이 되어) 국회에서 답변하는 것은 정치가로서 자기 부정이 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베 총리의 입각 제안을 거절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시바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를 꿈꾸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간사장은 지난 2012년 9월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차에선 아베 총리를 꺾고 1위를 차지하고도, 2차 결선 투표에서 아깝게 역전패한 적이 있다. 결국 이시바 간사장을 내각으로 끌여 들여 차기 총리 선거에 나서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아베 총리의 제안에 대해 이시바 간사장이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셈이다. <아사히신문>도 “이시바 간사장의 측근들도 차기 내각에서 역할을 맡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내년 총재 선거에 임하는 게 득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총리 자리를 향한 자민당 내 파워 게임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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