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12월19일 일제가 윤봉길 의사를 총살하는 장면. 일제는 윤봉길 의사의 눈과 이마를 헝겊으로 가린 뒤 10m 거리에서 딱 한 발의 총알로 이마 정중앙을 명중시켜 핏자국으로 일장기 모양을 만들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한중 대일 역사 공조 비난’ 기획 기사 파문
뤼신공원 ‘윤봉길 기념관’ 재개관 트집 잡아
뤼신공원 ‘윤봉길 기념관’ 재개관 트집 잡아
일본의 극우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이 윤봉길 의사를 ‘살해범’이라고 지칭했다. 일본의 잘못된 선택으로 침략과 식민 지배라는 고통을 당했던 상대국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안하무인’격의 태도여서 파문이 예상된다.
<산케이신문>는 29일 2면에 실린 한-중간 대일 역사 공조를 비난하는 기획 기사에서 “중국 상하이시가 뤼신공원에 있는 윤봉길 기념관의 내부 공사를 마치고 28일부터 일반에 개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과정에 윤 의사에 대해 “1932년 4월 옛 일본군 요인들에게 폭탄을 던져 살해한 조선반도 출신 살해범” “1932년 천장절(히로히토 일왕의 생일) 행사 때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으로 참석해 있던 시라가와 요시노리 육군대장 등 7명을 사망케 한 사건의 실행범” 등으로 표현했다. 뤼신공원의 윤봉길 기념관은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지 2년 만인 1994년 개관된 뒤 지난 1년 간의 내부 개장 공사를 마치고 이날 재개관 했다. 일본 언론이 윤 의사를 단순한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라는 지난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산케이신문>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현재 아베 정권의 ‘수정주의’적인 역사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라 표현하며, 한국과 중국의 공감 속에 추진되고 있는 안 의사 기념관 사업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바 있고, 지난 1월에도 “안중근에 대한 일본의 견해는 우리나라(일본)의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라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당시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은 안 의사를 ‘한국(또는 조선)의 독립운동가’라고 표현했고, <산케이신문>은 ‘이토 총독을 암살한 조선반도 출신 안중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의 극우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이 윤봉길 의사를 ‘살해범’이라고 지칭했다.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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