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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전범’ 히로히토 일왕에 ‘평화’ 이미지 입히기

등록 2014-09-09 20:06수정 2014-09-10 00:28

1945년 9월27일 도쿄 미국대사관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과 히로히토 일왕(오른쪽)이 함께 찍은 사진. AP 연합뉴스
1945년 9월27일 도쿄 미국대사관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사령관과 히로히토 일왕(오른쪽)이 함께 찍은 사진. AP 연합뉴스
일, 쇼와 실록 24년만에 공개
침략과 패전, 전후의 극적인 경제부흥으로 이어진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히로히토 일왕의 시대를 기록한 ‘쇼와천황실록’이 24년 만에 공개됐다. 일왕의 ‘전쟁 책임론’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닫은 채 ‘평화 일왕’의 이미지 만들기에 충실한 실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궁내청은 9일 1926년 즉위 뒤 만주사변(1931년), 태평양전쟁(1941년), 패전(1945년)을 거치며 1989년까지 왕위에 머물렀던 히로히토 일왕(1901~1989)의 생애를 담은 실록을 완성해 공개했다. 일본 신문들은 이날 관련 기사를 4~5면씩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히로히토 일왕 사후 24년 만에 발간된 실록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실록은 일본의 개전과 항복 과정에서 일왕이 담당한 역할, 11번에 걸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과의 회담 내용 등 그동안 쇼와(히로히토의 연호)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공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인용해 “쇼와사에 대한 기존 통설을 뒤집는 새 발견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왕의 전쟁 책임 등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가능한 부분을 애매하게 처리해 일왕이 ‘일본 평화의 상징’임을 강조하려한 궁내청의 의도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1945년 9월27일 맥아더 사령관과의 1차 회견에서 히로히토 일왕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쟁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 나 자신을 맡기러 왔다”는 발언에 대한 서술이다. 이는 맥아더가 자서전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전쟁이 끝난 직후 히로히토 일왕이 자신의 전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발언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실록은 일본 정부의 공식 기록에선 이 발언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일왕의 발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 1947년 9월19일 히로히토 일왕이 ‘미국이 일본 본토 점령을 끝낸 뒤에도 오키나와를 통치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한 ‘오키나와 메시지’, 1978년 10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을 위해 방일한 덩샤오핑 당시 중국 부주석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사죄 발언 등도 “분명히 사실로 확인된 것만 쓴다”는 궁내청의 방침에 따라 일왕의 공식 발언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반면 1945년 8월9일 오전 9시37분 소련이 참전했다는 보고를 받은 지 18분 만에 히로히토 일왕이 종전을 지시했다는 점을 적시하는 등 일본의 평화를 위해 일왕이 담당한 역할을 적극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쇼와실록은 전체 61책 1만2000쪽으로 구성돼 있으며 히로히토 일왕 사후 24년 5개월의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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