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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로스쿨 딜레마’

등록 2014-09-10 21:40수정 2014-09-11 00:18

3년 학비 1억원 이르는데
졸업생 23%만 변호사시험 합격
적정수준 2배 넘는 74곳 설립 탓
일본에서 도입 9년째를 맞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비는 비싼데 사법시험(한국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10일 법무성 자료를 인용해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가 지난해보다 239명 줄어든 181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가 로스쿨 도입을 뼈대로 한 새 사법시험 제도가 시행된 뒤 처음으로 2000명 이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합격률도 역대 최저인 22.58%에 불과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 인력을 충분히 양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2006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문부과학성의 인가를 거쳐 전국에 만들어진 로스쿨은 무려 74곳에 이른다. 그러나 3년 동안 1000만엔(약 1억원)에 이르는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며 공부해도 졸업생들의 사법시험 합격률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대(51.9%)와 교토대(53.0%) 로스쿨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겨우 50%를 넘겼고, 40%를 넘긴 학교도 히토쓰바시대(47.0%), 게이오대(44.6%), 오사카대(40.1%) 등에 불과했다. 로스쿨 74곳 가운데 합격자가 10명 미만인 학교는 43곳, 합격자가 1명도 없는 학교도 4곳이나 됐다. 가나가와대학은 성적 우수자를 입학시키기 위해 학비와 현금 100만엔을 지급한다는 이례적인 장학제도를 내놓았지만, 올해도 40명의 응시자 가운데 합격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 로스쿨의 합격률이 낮은 것은 애초 적정 수준으로 여겨졌던 20~30여곳보다 많은 74곳의 로스쿨이 인가됐고, 법조인의 과잉 공급을 우려한 일본변호사협회 등의 압력으로 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견줘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사법시험 응시 기회를 주기 위해 2011년 도입된 ‘예비시험’ 출신자의 합격률은 도쿄대보다도 높은 66.8%에 이르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사법시험 결과가 전체 로스쿨에 큰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학비가 비싼 로스쿨 대신) 예비시험을 지망해 로스쿨의 통폐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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