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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재특회’ 혐오집회에 스러지는 도쿄의 ‘한류 거리’

등록 2014-09-18 14:31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식 삼겹살 전문점 모습. 한때 퇴폐 유흥업소의 천국이던 신오쿠보는 한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해 긴자를 위협하는 명품도시로 변신했으나 재특회의 반한 집회 이후 찬서리를 맞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식 삼겹살 전문점 모습. 한때 퇴폐 유흥업소의 천국이던 신오쿠보는 한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해 긴자를 위협하는 명품도시로 변신했으나 재특회의 반한 집회 이후 찬서리를 맞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신오쿠보의 대표적 한식당 ‘대사관’ 최근 영업 중단
양심적 일본인들 맞대응에 집회 줄었으나
한번 떠난 손님들 발길은 돌아오지 않아
300여개 업소 중 절반 가까이 폐점…남은 업체들도 고전

“가게 앞에서 ‘죽여라’ ‘꺼져’ 라고 소리를 질러냈습니다. 손님들에게 창피를 주는 꼴이 되어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대사관’ 홍성엽 사장)

일본 도쿄 내 ‘한류의 거리’라 불렸던 신오쿠보의 대표적인 한식당인 ‘대사관’이 지난달 15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한류가 전성기이던 2000년대 중반 재일동포들은 도쿄 아자부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과 신오쿠보에 있는 한식당 ‘대사관’을 묶어 “도쿄엔 대사관이 두 개 있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이 업소는 일본 내 한류 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2002년 문을 연 대사관은 불고기, 전, 찌개, 삼계탕, 비빔밥 등 정통 한식을 주로 취급해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대사관이 문을 닫은 원인은 지난 2010년께부터 본격화된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의 반한집회(헤이트 스피치) 때문이다. 재특회 등은 도쿄의 한류 거리라 불리는 신오쿠보나 아키하바라 등을 중심으로 2012년 여름께부터 반한 집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업소에 더 큰 피해를 준 것은 집회가 끝난 뒤 이뤄진 이른바 ‘산보’였다. 재특회 회원들이 집회 뒤 ‘산보’라는 명목으로 한류 업소를 돌아다니며 욕설을 하고 간판 등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반한 집회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남성조’(오토꼬구미) ‘여성조’(온나구미) 등의 대항 조직을 꾸려 ‘카운터 행동’에 나섰고, 지난해 9월엔 ‘헤이트스피치와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네트워크’가 결성돼 조직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일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이후 신오쿠보 등에서의 반한 집회가 줄었고, 집회 이후 산보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31일 한류거리로 불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한국인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구호를 쓴 손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지난해 3월31일 한류거리로 불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한국인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구호를 쓴 손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그러나 일본 시민들의 발걸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겨울연가>(2002년) 이후 10여년 동안 지속된 한류가 악화된 한-일 관계의 영향 등으로 차갑게 식었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은 18일 “지난해 9월부터 신오쿠보에서 반한 집회는 사라졌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신오쿠보의 현재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 여파로 신오쿠보에선 폐점하는 한류 업소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점포 임대료도 한창 때에 견줘 절반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대사관’뿐 아니라 제이아르(JR) 신오쿠보역 인근에 있는 명소였던 ‘한류백화점’도 적자가 누적되는 등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일동포 사학자인 강덕상(82) 선생은 “한-일 양국 간 진정한 이해가 아닌 영화, 음악, 음식 등 시청각적인 자극에 의존한 한류 붐이 꺼진 영향”이라며 “(한때 300여개에 달했던 신오쿠보에서) 폐점 업체 수가 120~130개에 이르는 등 상당히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쿄신문>은 “줄어드는 한류 업체가 빠진 틈을 예전에 많았던 중국계 업소들이 돌아와 메우고 있다”며 신오쿠보의 새로운 변화의 모습도 소개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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