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곳에 모아 도시 축소
‘인구 감소’ 시름 일본의 자구책
‘인구 감소’ 시름 일본의 자구책
“2011년 폐교된 옛 유바리 초등학교는 농장으로 변해 있었다. 체육관 건물에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치커리, 교정에는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인구 감소로 시름하고 있는 지방을 살린다는 ‘지방창생’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면서 일본 언론들의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0일부터 한명의 아이를 위해 1년에 660만엔의 예산을 들여 7년 만에 폐교를 복원한 구마모토현 다라키 정립(한국의 군립) 초등학교의 사연 등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 기획을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인구 감소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응을 시작한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때 홋카이도의 번성한 탄광 마을이었던 유바리시는 2006년 일본 전국을 뒤흔드는 스캔들의 중심이 된다. 유바리시의 인구는 1960년 한때 12만명에 이르렀지만, 주요 탄광이 잇따라 문을 닫으며 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했다. 시는 이에 대비해 ‘판타스틱 영화제’ 등 각종 축제를 개최하고 스키 리조트 등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나 2006년 600억엔이 넘는 부채와 회계 문제가 불거지며 일본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파산을 선언하고 만다. 현재 시의 인구는 전성기의 15분의 1에 불과한 9000여명 정도다.
파산 이후 유바리시가 선택한 길은 시의 규모를 줄이는 ‘콤팩트 한 도시 만들기’였다. 도쿄의 23개구를 합친 정도의 넓은 도시 안에 초·중·고등학교는 하나씩뿐이다. 남은 학교 터는 농장·양로시설·우체국 등으로 전용했다. 공영주택의 입주자들은 모두 시 중심부로 이전하도록 유도했다. 인구를 도시 중심부에 모은 이유는 간단했다. 지역 주민들간의 교류를 확대해 추가 인구 감소를 막으려 시도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각부의 분석을 인용해 “인구가 흩어져 있을수록 경제 활력이 떨어져 더 큰 폭의 인구 감소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일본창성회의는 지난 5월 2040년께엔 일본 전국 1800여개 지자체의 49.8%인 896개 지자체가 20~39살 가임기 여성이 현재의 반으로 줄어드는 ‘소멸 가능 도시’가 된다고 지적했다. 유바리시가 직면한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재정난’이라는 3중고가 일본 사회가 반드시 맞닥뜨려 해결해야 할 우울한 미래라고 지적한 셈이다. 스즈키 나오미치(33) 유바리시 시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우리 마을을 스스로 축소시킨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주민과 정치가는 미래를 생각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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