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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산’은 사라졌고 ‘마돈나’도 떠났다

등록 2014-09-28 18:43

도이 다카코 전 일본 사회민주당 당수
도이 다카코 전 일본 사회민주당 당수
도이 다카코 전 사민당수 숨져
1989년 선거서 ‘마돈나 돌풍’
한때 250석 거대 야당 이끌어
DJ와 친분…한국 민주화 지원
“산이 움직였다.” 일본 헌정 사상 유일한 여성 중의원 의장이자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진보의 아이콘’ 도이 다카코(사진) 전 일본 사회민주당 당수가 20일 고향인 고베시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28일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85.

1928년 고베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교토여자전문학교(현 교토여대) 재학 시절 도시샤대학에서 ‘평화주의와 헌법 9조’를 주제로 한 강연에 감명 받은 뒤 평생 ‘평화헌법의 지킴이’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도시샤대학 등 대학 강단에서 법률을 가르치다 69년 고베시에서 사회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이후 그는 내리 12선(36년간)을 지내며 일본 진보세력의 ‘성채’였던 사회당의 간판이자, 호헌·평화 세력의 지도자로 평생을 활약했다.

그가 일본 정계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은 8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시 소비세 증세를 추진하던 자민당에 맞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구호로 ‘마돈나 돌풍’을 일으킨면서였다. 그는 이 선거에서 자민당의 과반수를 깨뜨린 뒤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바꾸려는 분위기가 움직였다. 산이 움직였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후 93년 8월 자민당의 일당독재를 깨뜨린 ‘비자민 연립정권’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내각 등장과 함께 중의원 의장에 취임했다. 일본 중의원에서 “호소카와를 내각 총리대신으로 임명한다”고 선언하며 일본 ‘55년 체제’에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한 것도 그다.

그러나 그 역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정권 이후 가속화된 사회당(이후 사민당으로 당명을 바꿈) 등 일본 진보세력의 몰락을 막진 못했다. 고인은 96년 9월 무라야마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사민당 당수가 됐지만 잇따른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003년 사임했다. 이어 2005년 9월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2008년 10월 공식으로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사민당은 한때 중·참의원을 합쳐 250여석을 자랑하던 거대 야당이었지만, 현재는 중의원 2석, 참의원 3석을 합쳐 고작 5석을 보유한 군소정당으로 찌그러들었다. 아쉽게도, 일본 진보진영의 여러 시행착오와 분열로 인해 그가 움직였다고 감격했던 ‘산’은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고인은 ‘73년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헌신적으로 지원했고, 그로 인해 고 김 대통령과도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고인의 평생 동지였던 무라야마 전 총리는 28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고인은 분명한 성격으로 좋은 것은 좋다, 나쁜 것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장례식은 가까운 친척들만이 모인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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