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협력지침 중간 보고안
“양국 목표와 이익 완전일치”
아-태 넘어선 지역 명시도
“양국 목표와 이익 완전일치”
아-태 넘어선 지역 명시도
미-일 동맹이 동아시아의 지역 동맹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그것을 넘어서는 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변화했다. 이는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와 역할이 크게 확대된다는 의미여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양국은 8일 도쿄에서 외무·국방 국장급협의(방위협력 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올 연말께 최종안이 나오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중간 보고안’을 발표했다. 이 문서에서 미-일 양국은 “미-일 양국의 전략적 목표와 이익은 완전히 일치하고 아시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지역’의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이 1997년 9월 작성된 현행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동아시아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에서 ‘아시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지역의 이익이 되는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는 미-일 동맹의 틀을 통해 중동 등 전세계로 확장되게 됐다.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발표안이 “매우 긍정적이고 충실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미-일 동맹의 성격 변화는 ‘주변사태’를 삭제하는 방법으로 구체화됐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태를 ‘평시’,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 한반도·대만의 유사사태를 뜻하는 ‘주변사태’ 등 3단계로 구분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안에선 ‘주변사태’를 사실상 삭제하고 “평시부터 긴급사태까지 일본과 아시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일 양국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기로 결정했다.
미-일의 군사협력 확대는 미국의 ‘지역 동맹국’인 한국에도 적잖은 고민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미·일 양국이 ‘정보 수집’, ‘후방지원’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동맹국, 파트너와 3국간 또는 다국간 안전보장과 방위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이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추진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고안은 한국에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일종의 경고문 성격도 갖는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보고안은 미국이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일 양국이 문서를 통해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 회귀’라는 재균형 전략이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내전 등에 발목이 잡힌 미국이 아시아에선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회귀’하는 전략을 최종 확정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대가로 미국은 “빈틈없이 일본의 안전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를 실시한다”고 약속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민의 공격 등 회색지대 사태(전시와 평시의 중간 상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또 양국은 앞으로 협력해 갈 분야로 △정보 수집 △시설·구역·장비(미 함선 등 포함)의 방호 △후방지원 △방공 및 미사일 방어 등의 분야를 꼽았다. 양국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확대되는 자위대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선 올 연말에 공개할 최종안에서 더 자세히 밝히기로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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