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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헌법 9조 노벨상 탈락…“아깝다!”

등록 2014-10-12 20:15수정 2014-10-12 22:16

시민들, 아베 맞서 지키기 운동
상 받지 못했지만 여론환기 성과
“아쉽네요.” 지난 10일 오후 6시.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 미나미구의 기자회견장에 모여 앞쪽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바라보던 ‘헌법 9조에 노벨상을, 실행위원회’ 회원들의 얼굴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기대와 달리 올해 노벨 평화상은 ‘헌법9조를 지키려는 일본인들’이 아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에 맞서 어린이 교육권 투쟁을 벌인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아동보호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박수를 쳤다.

올해 일본에선 헌법 9조가 노벨 평화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부풀었었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집단적 자위권 등을 행사해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는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감이 높았던 탓이다. 수상자 발표 날이 다가오면서 헌법 9조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측하는 기관들이 나오자 기대감은 더 커졌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일본 국내외에서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일본의 개헌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벨 평화상이 필요하다는 운동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가나가와현 자마시에 사는 평범한 주부 다카스 나오미(37)가 아베 정권의 ‘개헌’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노벨상 수상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에 서명을 받는 누리집을 만들고, 거리에서도 홀로 서명 운동을 이어갔다. 다카스의 운동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이 일었다. 그 결과 실행위원회가 꾸려졌고, 무려 44만명의 서명이 모였다. 수상자 발표 직후 이시가키 요시아키(73) 실행위원회 공동대표는<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쉽지만, 일본의 헌법 9조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번 운동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야권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쓰지모토 기요미 민주당 전 간사장 대리는 일본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가 무시되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미즈호 전 사민당 당수도 “수상을 했다면 (아베 정권의) 헌법 개악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텐데,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일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 국민’이 수상자로 언급된 것과 관련해 “(이것도 역시) 결국 정치적이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실행위원회는 100만명의 서명을 모아 내년에도 노벨 평화상 수상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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