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어신칸센 시험선에서 시운전중인 JR 도카이 소속 MLX01의 모습. 교도통신 제공
리니어 신칸센, ‘도쿄~나고야’ 40분
10cm 떠서 직선 운행…기관사 없어
10cm 떠서 직선 운행…기관사 없어
서울~대구를 40분 만에 잇는 ‘꿈의 열차’가 등장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17일 일본 철도사에 새 이정표가 될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도쿄와 일본 제3의 도시 나고야 사이 286㎞ 구간을 40분 만에 잇는 ‘리니어 중앙신칸센’ 건설 계획을 인가한 것이다. 서울역에서 케이티엑스(KTX) 동대구역까지의 거리가 293.1㎞이니 서울~대구를 40분에 잇는 괴물 고속철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쓰게 고에이 제이아르(JR)도카이 사장은 “일본이 자랑하는 기술 실현을 위한 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철도의 건설을 담당하는 제이아르도카이는 1차 도쿄~나고야 구간은 2027년, 2차인 도쿄~오사카 구간은 204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체 건설비용은 모두 9조엔(약 90조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리니어 신칸센은 어떤 철도일까. 힌트는 영어로 직선 모양을 뜻하는 리니어(linear)라는 명칭에 담겨 있다. 이 철도는 일반 신칸센(시속 285㎞)보다 두배나 빠른 시속 500㎞로 달리기 때문에 곡선이 거의 없는 ‘직선 노선’이 필요하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신칸센과 달리 레일 위를 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니어 신칸센을 움직이는 힘은 열차 차체와 노선 측면에 각각 설치된 초강력 전자석의 흡인력과 반발력이다. 처음 저속 구간엔 바퀴로 달리다가 시속 140~150㎞ 정도의 속도에서 공중에 10㎝ 높이로 부상하면, 바닥과 차체의 마찰력이 없어져 시속 500㎞라는 놀라운 속도를 내게 된다. ‘초전도 자기부상식 리니어 모터카’다. 실제 이 열차가 지난해 8월29일 야마나시현에 만들어진 42.9㎞의 실험 구간을 달리는 화면을 보면, 주행이 시작된 뒤 시속 140㎞를 넘어서 부상 운행을 시작하고 불과 10㎞ 정도를 달렸는데 최고 속도인 시속 500㎞에 이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다른 특징은 기관사가 없다는 점이다. 열차는 중앙 제어실에서 컴퓨터를 통해 조작된다.
단점도 있다. 현재 계획 중인 도쿄~나고야 구간의 86%는 지하 터널을 달리도록 설계돼 있다. 두 도시 사이의 직선 구간을 찾다 보니, 야마나시~나가노~기후현의 거친 산악지대에 터널을 뚫어 달리는 노선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시속 500㎞로 달리며 차창을 통해 빠르게 사라져가는 주변 풍경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일부 지상 구간에서도 소음과 진동 피해를 막기 위해 높은 방음벽이 설치된다. 터널 구간이 긴 탓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승객들을 어떻게 피난시킬 수 있을지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는 1964년 10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운행을 시작한 신칸센 개통 50주년을 맞는 해다. 신칸센은 일본의 전후 부흥과 고도성장의 상징물로 일본인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리니어 신칸센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끝내고 제2의 도약에 성공하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도 담겨 있는 셈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2일 밤 도쿄에서 열린 신칸센 개통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일-미 협력의 상징으로 리니어 신칸센 기술을 미국 동북부에 도입하도록 제안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미-일 동맹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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