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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북-일 ‘동상이몽’ 속 평양 회담

등록 2014-10-28 20:32

28~29일 양국 대표단 10년 만의 회동

북 정보국 핵심 서대하 깜짝 등장
“스톡홀름 합의 이행 의사” 공치사
일은 납치 피해자 문제로만 한정
북은 국교 정상화 압박카드 활용
신경전 팽팽…대화지속 여부 관심
“서대하라고 합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북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서대하 위원장(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은 키가 작고 안경을 쓴 다부진 얼굴의 인물이었다, 그는 28일 오전 9시 반 군복을 입은 채 평양 시내 중심부의 국가안전보위부 건물 앞에서 일본 정부 대표단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마중했다. 한국 등 세계 정보 당국에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서대하라는 인물이 수많은 일본 언론의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한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까. 28일 일본 정부 대표단이 10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자, 이번 회담 결과가 북-일이 앞으로 대화를 이어가는데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첫날 협상의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파악된다. 서 위원장이 직접 협상에 나설지가 핵심 관심사였던 상황에서, 그가 일본 언론 앞에 전격 등장하는 파격적인 연출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이하라 국장과 여러분의 우리나라 방문을 환영한다. 여러분의 방문과 관련해 일본에서 여러 엇갈린 주장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런 중에 여러분이 방문한 것은 조-일(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조-일 정부간 스톡홀름 합의를 이행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사를 반영한 좋은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이 일본이 원하는 납치자 문제의 해결 만이 아닌 2002년 9월 북-일 평양선언에 명시된 북-일 국교 정상화 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는 북한의 기대와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북한에선 서 위원장과 납치피해자 조사 분과회 책임자 강성남 등 8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하라 국장은 “납치 피해자 등 모든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7월 조사를 시작해 4개월이 지났다.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일로 판단한다”고만 말했다. 이번 대화의 범위를 납치 피해자 문제에 한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사를 드러낸 응수인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 대표단이 이번에 북한으로부터 얼마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납치자 문제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 끝내주길 바라고 있지만, 북한 쪽은 일본인 유골·배우자 등 비교적 쉽고 정치적인 부담이 적은 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하면서 납치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일본을 국교 정상화 회담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최후의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7일 “북한에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성실한 답변을 내놓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 드러나듯 일본 정부는 이번 대표단 파견에 상당한 정치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 있다”며 대표단을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한 납치자 가족회 등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베 총리가 22일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파견을 결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북-일간 협상의 역사를 보면, 일본이 북한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 원하는 결과를 얻은 예는 거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4년 11월 야부나카 미토지 아시아대양주국장의 방북이었다. 당시 일본은 북한이 설치했던 조사위원회와의 50여 차례 면담, 16명 증인과의 대화, 현지 시찰 등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당시 북한이 전달한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에 대한 일본 정부의 디엔에이(DNA)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디엔에이가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북한에 대한 일본 여론이 결정적으로 악화됐다.

박정진 쓰다주쿠대학 교수는 “이번 대표단의 방북은 북-일 간 협상을 계속한다는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나름 결단을 한 것”이라며 “북한이 납치 문제와 일본인 배우자 문제 등을 동시에 조사한다는 정도의 답변은 내놔야 앞으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단은 29일까지 회담을 진행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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