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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태양광만 키우다 갈림길 선 일본 재생에너지정책

등록 2014-11-02 20:10

일본 정보기술(IT)기업인 소프트뱅크가 공개한 일본 남서부 돗토리현 요나고시에 건설한 태양광발전소 ‘돗토리-요나고 솔라파크’의 거대한 모습.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며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돗토리-요나고 솔라파크는 올해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며, 연간 전력생산량은 1만2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4527만8000㎾에 이른다.  요나고/AP 연합뉴스
일본 정보기술(IT)기업인 소프트뱅크가 공개한 일본 남서부 돗토리현 요나고시에 건설한 태양광발전소 ‘돗토리-요나고 솔라파크’의 거대한 모습.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며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돗토리-요나고 솔라파크는 올해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며, 연간 전력생산량은 1만2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4527만8000㎾에 이른다. 요나고/AP 연합뉴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 뒤
‘고정가격 매수제’ 도입 등
재생에너지 확충에 무게
계절·날씨 따라 전력량 들쑥날쑥
결국 전력회사들 송출 거부
원유가 하락·셰일가스도 변수
“각 전력회사들이 밝히고 있는 전력 수용량이 정말 그 수준인지 제3자가 검증해야 한다.”

정치자금 문제로 사임 위기에 몰리기 직전인 지난달 10일 오부치 유코 당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일본 5개 전력회사들이 최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더 이상 사들이지 않겠다는 조처를 내놓은 데 대한 대응 방침을 공개했다. 대응책의 뼈대는 제3자 위원회 등을 통해 전력회사의 전력 수용 능력을 검증하고, ‘고정가격 매수제’(FIT) 등 그동안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원전 참사 이후 추진해온 재생에너지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후쿠시마 참사 이후 일본에선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 만들기 운동이 진행돼왔다. 사고가 터진 뒤 넉달 만인 2011년 7월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2030년까지 원전을 없앤다’는 정책으로 이를 구체화했다. 현재 아베 신조 총리는 ‘원전 제로’에서 ‘재가동’으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지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높인다”고 밝히는 등 재생에너지를 확충한다는 기본 노선은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의 뼈대는 2012년 7월 도입된 고정가격 매수제였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력회사들이 시장가격보다 비싼 ‘고정가격’으로 사들여 관련 설비의 보급을 유도하는 정책이었다. 일본 정부가 정한 고정 매수가격은 태양광(10㎾ 이하 설비)을 기준으로 1㎾당 42엔으로 책정됐다가 현재는 37엔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로 인한 성과는 눈부실 정도였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8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도입 상황’을 보면, 고정가격 매수제 도입 이후 지난 4월까지 1년10개월 동안 신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량은 무려 977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2년이 못 되는 짧은 시간에 100만㎾짜리 원자로 9기 분량의 발전설비가 보급된 것이다.(표 참조)

그러나 여기엔 중대한 결함이 감춰져 있었다.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가운데 태양광의 비율이 97.9%(957만㎾)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재생에너지인 풍력·지열·수력 등의 경우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데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견줘 태양광은 빈땅에 패널을 설치하기만 하면 즉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결국 걱정했던 문제가 터졌다. 태양광 발전은 계절·시간·날씨에 따라 생산되는 전력량이 차이가 난다.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전력이 생산되지 않지만, 해가 뜰 경우 설비 용량을 꽉 채워 전력이 생산된다. 고정가격 매수제 도입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국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가 낮 시간에 각 전력회사의 송전망으로 일제히 밀려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로 인해 오키나와전력은 8월 초, 규슈전력은 9월25일, 홋카이도전력, 도호쿠전력, 시코쿠전력 등 3곳은 9월30일부터 일반 가정을 제외한 기업 쪽의 전기 송전을 거부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지금처럼 전기가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송전망의 용량을 초과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또다른 문제는 일반 소비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다. 일본에선 고정가격 매수제를 유지하기 위해 표준가구(4인 가족) 한 가구당 한달에 225엔(1년에 2700엔)의 부과금을 징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는 모든 설비를 가동할 경우 가구당 부담이 1년에 1만엔으로 오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담금 전체 규모를 봐도 2012년 1900억엔, 지난해 3500억엔, 올해 6500억엔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안 그래도 전기요금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전력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 비용까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보다 먼저 고정가격 매수제를 시행한 독일에서도 확인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를 보면, 독일의 재생에너지 부과금은 2001년 한달에 95엔 수준에서 2014년 현재 2366엔으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급등하자 독일에선 지난 8월 재생에너지의 매수가격을 30% 정도 낮추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까지 원전 폐기’를 선언한 독일에선 2013년 현재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원자력(16%)이나 천연가스(11%)보다 높은 24%를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 문제는 배럴당 80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진 국제 원유가격 하락세와 2017년부터 일본에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의 셰일가스 등이다. 일본에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유(18.3%), 천연가스(42.5%), 석탄(27.6%) 등을 원료로 한 화력발전의 비중이 전체 전력 생산의 88.4%로 높아졌다.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내년 초 센다이 원전 1·2호기가 재가동되면 생산비용이 비싼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려는 흐름이 꺾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해 ‘포스트 3·11 사회’를 만들려는 일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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