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지요다구 진보초의 한 건물에서 1일 오후 열린 ‘전쟁전야, 책의 거리에서 평화를 생각한다’ 도서전을 방문한 일본 시민들이 전시된 책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도서전은 혐한 서적이 범람하는 일본 출판계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간 금요일> 등 진보 계열의 출판사 23곳이 공동 개최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 ‘…평화를 생각한다’ 도서전
혐한 맞서 ‘평화·인권 되돌리자’ 구호
출판사 23곳 모여 좋은책 발굴·소개
“패전뒤 반성에 대한 국민 논의 부족”
시민 천명 ‘헤이트 반대’ 도쿄 행진도
혐한 맞서 ‘평화·인권 되돌리자’ 구호
출판사 23곳 모여 좋은책 발굴·소개
“패전뒤 반성에 대한 국민 논의 부족”
시민 천명 ‘헤이트 반대’ 도쿄 행진도
굵은 가을비가 내린 지난 1일 오전, 일본 도쿄의 대표적 서점 거리인 간다에선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간다 헌책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고 일본의 대표 서점 ‘산세이도’에 들러 지난주 베스트셀러 목록을 확인해 봤다. ‘혐한 열풍’을 반영하듯 산케이신문사가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보도를 깨부수겠다고 출간한 <역사전>이 인문 분야 서적 2위, 기존의 혐한 서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 ‘또 하나의 혐한 서적’인 <슬픈 반도국가 한국의 결말>이 새책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일본 출판업계 종사자들은 서점가의 혐한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답은 산세이도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자리한 진보초의 한 건물에서 열린 ‘전쟁전야, 책의 거리에서 평화를 생각한다’ 도서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언어의 힘으로 평화와 인권을 되돌리자”는 구호 아래 일본의 진보 주간지 <주간 금요일>이 중·소규모 출판사 23곳을 불러 모아 연 일일 도서전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기타무라 하지메 <주간 금요일> 사장 겸 발행인은 “일본 서점에 지난 역사를 왜곡하는 단행본이나 잡지가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출판업계가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던 끝에 이번 기획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엔 이와 별도로 ‘헤이트 스피치와 배외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인의 모임’이 결성돼 최근 <노(NO) 헤이트, 출판 제조자 책임을 생각한다>는 책을 펴내는 등 혐한 열풍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진행 중이다.
기타무라 사장은 일본에서 혐한 열풍이 이어지는 원인을 “1945년 8월 패전 이후 지난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로운 국가 수립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힘에 기대 수동적으로 사회개혁이 진행되면서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세력이 살아남았고, 이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힘을 키워 2012년 말 아베 정권 출범으로 “독의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좌파 진영에서도 중국이나 한국에 대해 우월감을 가진 탓에 이들과 손을 잡고 협력하자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파나 국가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획전은 혐한 열풍 속에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좋은 책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이다. 행사장 한쪽 벽면에는 지난달 29일 발행된 <주간 금요일>의 ‘종군위안부 문제’ 특별호가 전시돼 있고, 출판사별로 나뉜 도서대 위엔 주요 현안인 △위안부 △헌법 9조 △헤이트 스피치 △집단적 자위권 △탈핵 △오키나와 문제 등에 관한 다양한 서적이 전시돼 있었다. 행사장의 한쪽 구석에선 의미 있는 책을 독자에게 알리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강연도 진행됐다.
한국인·조선인 등에 대한 인종 차별을 조장하는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격도 진행되는 중이다. 2일 오후 도쿄 신주쿠중앙공원에서는 민족·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노(NO) 헤이트, 도쿄대행진 2014’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000여명은 신주쿠중앙공원을 출발해 ‘차별 없는 세계를 아이들에게’ 등의 문구가 쓰인 펼침막·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도쿄대행진은 인종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꿨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나에겐 꿈이 있다’로 유명해진 1963년 워싱턴 대행진을 본떠 지난해 시작돼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기타무라 하지메 ‘주간 금요일’ 사장 겸 발행인.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일본 극우세력인 재특회 회원들의 거리 시위. 후마니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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