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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하루키 “일본 최대 문제는 책임 회피”

등록 2014-11-03 20:36수정 2014-11-04 00:26

일본의 저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저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마이니치’와 종전 70주년 인터뷰
“자신이 가해자라는 생각 희박해”
아베 정권 ‘위안부 부정’ 등에 일침
“희망없는 젊은이 위해 소설 쓸터”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5·사진)가 일본의 현실에 대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최근 아베 신조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안부 문제 책임 부정 등 역사 수정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무라카미는 3일치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이면 패전 70주년이 되는 상황을 묻는 질문에 “나는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에 공통되게 ‘자기 책임의 회피’라는 요소가 있다고 느낀다. 1945년 종전(패전)에 관해서도,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누구도 진정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이 끝난 뒤 일본 사회는 (전쟁 책임의 문제를) ‘결국 아무도 나쁘지 않았다’는 식으로 정리하고 말았다. 나빴던 것은 당시 군벌(군부와 재벌)이고 일왕(천황)도 이용당했고 국민들도 (군부에) 속아서 이렇게 큰 비극을 당했다고 말하는 식이다. (일본인들이 가해자가 아닌) 희생자이자, 피해자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 중국인이나 한국인, 조선인들이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발상이 기본적으로 희박하고 그런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런 일본의 모습이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에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무라카미는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누가 가해자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추궁하고 있지 않다.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측면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간다면 ‘지진이나 쓰나미가 최대 가해자이고,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는 식으로 정리가 될 수 있다.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이상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희망 없는 세계를 사는 젊은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내 세대는 (대학생이던) 1960년대 후반에 세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어떤 종류의 이상주의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세계가 좋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나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간단히 단언할 순 없지만 나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낙관적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조금씩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디스토피아의 감각’이 (사회의) 컨센서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비관주의에 물든) 젊은 세대를 위해서도 소설을 쓰고 싶다. 내가 1960년대 가졌던 이상주의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연결해 주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이는 연설의 언어로서는 좀처럼 전달할 수 없다. 축(사회 모두가 기댈 수 있는 큰 가치)이 없는 세계에 ‘가설(假說)의 축’을 제공하는 게 소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무라카미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다. 그는 2012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 분쟁이 치열해지자 “국경을 넘어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2011년 3월 원전 사고 이후엔 “우린 꿈을 꾸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전세계에 탈핵을 결단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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