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한, 중-일 정상회담 보고
초조감 느껴 일과 비공식 대화”
초조감 느껴 일과 비공식 대화”
“어떤 의미에선 흉금을 터놓은 대화가 가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전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이후 환영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 “자리가 옆이었기 때문에 매우 가까이 있었다. 자연스런 모습으로 대화가 시작됐다.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의미에선 서로 흉금을 터놓은 대화를 한 게 아닌 게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0일 저녁 환영 만찬에서 나란히 앉아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만들어진 외교 당국간 국장급 협의를 앞으로 원활히 진행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때때로 미소를 띠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첫발을 내디딘 중-일과 달리 한-일 관계가 당장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성의 있는 선조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에선 “먼저 양보를 해가면서 정상회담에 목맬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일 관계는 “국장급 협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는 식으로 급한 불을 끈 상태에서 당분간 냉각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이번과 같은 정상간 비공식적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애초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던 중-일 정상회담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한국이 초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일본 언론들은 이번 중-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 언론에서 나온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와 논설 등을 인용해가며 당황한 한국 쪽의 분위기를 소개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이 앞으로 한-일 관계를 양자가 아닌 한-중-일 3자의 틀을 활용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중은 10일 정상회담에서 “연내 한-중-일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실시할 필요성에 대해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부터 매년 3국을 돌아가며 열어왔던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일 관계 악화로 2012년 5월 이후 멈춘 상태다. 한국은 2013년부터 2년 연속 의장국을 맡아온 이유 등으로 중-일 정상회담 이전부터 3국간 외교장관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3국간 외교장관 회담이 실현되면 자연스럽게 내년께 3개국 정상회담 개최를 향한 분위기도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