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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노믹스’ 결국 실패?…아베, 조기 총선 승부수

등록 2014-11-18 20:02수정 2014-11-18 22:09

“중의원 해산·내달 총선” 선언 배경

‘내년 소비세 추가 인상 연기’ 명분
‘아사히’ 등 언론들 성토 분위기
수출 대기업들은 실적 호전됐지만
서민은 임금 하락·물가상승 고통
정부 “경기 완만한 회복기조” 맞서
“마이너스 성장, 오산(誤算)과 마주해야”(<아사히신문> 사설)

“총리 전략의 오산과 한계”(<마이니치신문> 사설)

18일치 일본 언론의 사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손꼽혀 온 ‘아베노믹스’에 대한 성토로 가득 찼다. 17일 공개된 7~9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견줘 0.4% 감소를 기록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대한 우려다. 지난 4월1일 단행한 소비세율 인상(5%→8%) 탓에 4~6월의 참담한 경제 성적표는 예견된 것이었지만,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베 총리는 결국 18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10월에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추가 인상하려던 계획을 1년 반 연기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을 묻기 위해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소비세율 인상 연기로 애초 예상보다 세수가 1조5000억엔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증세 연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2017년 4월 증세는 경제상황을 보지 않고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기술적 침체’에 빠져들면서, 아베노믹스도 재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사회에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과 엔 약세를 유도하는 대담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총리관저의 자료를 보면, 아베노믹스는 ‘3개의 화살’로 불리는 3개의 정책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대담한 통화정책, 두번째는 공공투자 확대 등을 통한 적극적 재정지출, 세번째는 민간 투자를 일으키는 성장 전략이다.

3개의 화살이란 말은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 무장인 모리 모토나리(1497~1571)가 아들 셋을 불러 사이좋게 협력해 가문을 이끌어 나가라고 말한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하나의 정책은 쉽게 꺾을 수 있지만, 3개의 정책이 결합된 아베노믹스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 정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아베 정권은 엔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이것이 노동자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늘고, 다시 투자와 생산의 확대로 이어져 기업 실적 개선이 강화되는 선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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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눈에 띄는 성과는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하던 시점에 1만80엔이었던 닛케이 평균지수가 17일 현재 무려 68% 오른 1만6973엔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는 ‘1.2% 하락’으로 완연한 디플레이션 기조를 보이던 흐름에서 ‘1.0% 상승’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엔 약세 혜택을 보는 도요타 등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상장기업들의 올 한해(올 4월~내년 3월) 실적이 전년보다 3% 늘어 2007년(2007년 4월~2008년 3월)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엔 약세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만 집중되는 사이 서민들은 임금 정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후생노동성이 18일 발표한 근로통계조사를 보면, 일본 노동자들의 9월 실질임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무려 15개월 연속 하락 행진이다. 7~9월 수출도 전 분기에 견줘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베 총리가 취임한 시점에 견줘 17일 현재 엔-달러 환율이 36.7%나 올랐음을 생각해 볼 때 매우 미미한 증가세다.

일본 경제학자들은 올해 초 다소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경제 상황도 결국 아베노믹스의 두번째 화살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4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앞당긴 탓에 나타난 ‘착시 현상’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아베노믹스는 3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의 뒷받침 없이 돈을 풀어 물가와 주가만 끌어올린 ‘허구의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가 정당한 정책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실패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어떤 대안이 있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하나도 없다. 현재 일본엔 비판을 위안 비판을 거듭하며 머물러 있을 여유가 없는 만큼 아베노믹스가 옳은지 그른지 이번 선거의 논쟁을 통해 확인하려 한다”고 맞섰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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