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전 개막…여야 전략은
여당, 경제문제에 초점 맞추기
야당, 외교안보 정책 등으로 확전
여론은 자민 41%·민주 14% 지지
여당, 경제문제에 초점 맞추기
야당, 외교안보 정책 등으로 확전
여론은 자민 41%·민주 14% 지지
“오늘, 중의원을 해산했습니다. 이것은 ‘아베노믹스 해산’입니다. (곧 치러지는 선거는) 아베노믹스를 앞으로 전진시킬 것인가, 멈추게 할 것인가를 묻는 선거입니다.”
지난 21일 일본 중의원을 해산한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선언했다. 이번 중의원 해산은 ‘아베노믹스 해산’이며, 선거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다음달 2일 선거운동을 시작해 14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여·야 사이에 중의원 해산에 대한 ‘이름 붙이기’라는 치열한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아베 총리는 이번 해산을 ‘아베노믹스 해산’이라 명명했지만, 야당에선 ‘대의 없는 해산’이라며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23일 “해산에 대해 어떤 인상적인 이름을 짓는가에 따라 선거의 쟁점이나 이미지가 결정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선 지금까지 23번의 중의원 해산이 이뤄졌는데, 그 때마다 당시의 정치 현실을 반영한 이름이 붙었다. 대표적으로 2005년 8월 우정(우체국)민영화를 이슈로 치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우정해산’, 2012년 11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결단한 ‘조만간 해산’ 등이 있다.
여·야 사이의 ‘이름 붙이기’ 공방전이 흥미로운 것은 그 안에 양쪽의 선거 전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민당-공명당 연립 여당은 이번 선거를 ‘경제 문제’에 한정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 때문에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번 해산을 ‘디플레 탈피 추진 해산’,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은 일본 경제재생을 위해선 소비세 증세(8%→10%)를 연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이 길 밖에 없다 해산’이라고 불렀다.
이에 견줘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대의 없는 해산’, ‘제멋대로 해산’, 에다 켄지 유신의당 공동대표는 ‘경제실패 해산’, ‘당리당략 해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선거 쟁점을 집단적 자위권 등 외교안보 정책, 탈핵 등 에너지 정책 등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정권의 지난 2년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재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선거의 쟁점을 △경제정책 △소비세 △특정비밀보호법 △집단적 자위권 △원전 재가동 △중-한과의 관계 등 6가지로 꼽았다. 반면, 보수층을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은 22일 1면의 정치부장 칼럼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판단을 묻는 ‘아베노믹스 해산’이라는 아베 총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며 선거는 경제에 집중해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신문>의 23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중의원 해산에 대해 ‘평가한다’(찬성)는 응답은 27%로 ‘평가하지 않는다’(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비례대표에 어느 정당을 찍을 것이냐는 질문엔 자민당이 41%로 야당인 민주당(14%)에 견줘 3배 정도 차이로 압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부로 국회를 해산한 아베 정권의 독선적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지만, 민주당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일본 유권자들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결과로 평가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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