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도쿄 고토구 오다이바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 견학시설인 ‘메가웹’에 기자가 시승한 수소 연료전지차 ‘미라이’가 세워져 있다.
일본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 타보니
보조금 빼면 판매가 4800만원대
2008년 모델보다 값 20분의 1로 낮춰
약 3분 충전에 650 주행
수소 충전소 확대가 남은 과제
보조금 빼면 판매가 4800만원대
2008년 모델보다 값 20분의 1로 낮춰
약 3분 충전에 650 주행
수소 충전소 확대가 남은 과제
“자, 여기를 누르면 시동이 걸립니다. 일반차와 달리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죠?”
10일 오전 일본 도쿄 고토구 오다이바에 자리한 도요타자동차의 자동차 전문 견학시설인 ‘메가웹’. 이곳에서 시승 안내를 하는 다이라데 히데토시가 수소를 이용해 달리는 ‘궁극의 에코카’인 미라이(일본어로 ‘미래’란 뜻)의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일반 자동차와 달리 엔진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시동음과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정숙하네요.”(기자) “그렇죠?”(다이라데)
다이라데가 가속페달(액셀러레이터)을 살짝 밟자 자동차는 그야말로 소리 없이 앞으로 쑥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15일부터 일본에선 수소로 달리는 도요타의 연료전지차(FCV) 미라이의 일반 판매가 시작된다. 대당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723만6000엔(약 6700만원)이지만, 정부 보조금(202만엔)을 제외하고 소비자들이 순수하게 부담하는 가격은 보통 중형차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521만엔(4820만원)이다.
도요타가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궁극의 에코차는 어떤 모습일까. 직접 시승에 도전해 봤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미라이의 전체적인 운행 시스템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동을 걸 때 누르는 스타트 버튼, 기어의 위치, 발로 밟아 고정하는 사이드 브레이크 등 대부분의 장치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모두 그대로 차용해 왔다. 다른 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가솔린 엔진으로 모터를 돌리고 내부의 전기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주행하지만, 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fuel cell)에서 물과 수소의 화학반응으로 생산된 전기가 힘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가속페달을 밟으면 계기판에 현재 연료전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충전된 배터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가 표시된다.
도요타가 연료전지차 개발에 나선 것은 1988년 가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요타의 기술담당 상무였던 시오미 마사나오(78·도요타차체 회장 역임)는 미래의 주력 차종이 될 에코카의 모델로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 세 가지 모델을 모두 개발하자”고 제안한다. 처음 연료전지차의 개발을 검토한 인원은 고작 3명이었다. 연료전지에 대한 기술이 없었던 도요타는 시행착오 끝에 1998년 12월 주황색으로 ‘극비’(秘)라는 도장이 찍힌 ‘연료전지(FC) 개발계획’을 짜내기에 이른다. 이후 1999년 6월 나카무라 노리히코(72) 기술감독을 사령탑으로 하는 총원 112명의 ‘연료전지 기술계획부’가 발족했다.
기술계획부가 가장 처음 마주한 난제는 수소를 연료전지에 어떻게 공급할지였다. 도요타는 액체수소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한 끝에 결국 단단한 탱크에 수소 기체를 압축시키는 지금의 방식을 채용했다. 미라이에도 차량의 뒷좌석 아래와 트렁크 쪽에 두 개의 수소탱크가 달려 있다.
다음은 온도와의 싸움이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대기 중의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한 뒤 물을 배출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물이 얼어 작동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도요타가 이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사이 경쟁사 혼다는 2003년 영하에서도 움직이는 차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도요타를 앞서가기 시작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등잔 밑에 있었다. 연료전지는 발전 효율을 낮추면 열이 발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일부러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역발상으로 온도 문제를 해결했다. 그다음엔 대당 1억엔 정도 하는 차의 제조비를 낮추기 위해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는 용매인 백금 대신 백금 합금을 활용하고, 하이브리드차에서 사용하는 모터·배터리를 그대로 채용해 제조가를 낮췄다. 그로 인해 차량 가격을 2008년 모델의 20분의 1로 낮출 수 있었다. 미라이의 개발 책임자 다나카 요시카즈(53)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미라이엔 도요타가) 갖고 있는 기술이 총투입됐다”고 말했다.
미라이의 계기판엔 일반 자동차엔 없는 ‘H₂O’라고 적힌 작은 버튼이 있다. 버튼을 누르자 차량의 왼쪽 아랫부분에서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이 떨어졌다.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였다.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궁극의 에코카’라는 설명이 빈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남은 문제는 이용자들의 수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도요타의 홍보 담당 직원인 사토 게이코는 “사고가 나면 가스통에 담긴 수소가 자동적으로 빠져나가 폭발하지 않는다. 안전만큼은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난제는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의 보급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일본 정부가 2015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현재 확보된 45곳보다 두 배 많은 100곳 이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설치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내년에 신설되는 도쿄도와 아이치현의 새 점포에 각각 하나씩 수소 충전소를 시범 설치하기로 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미라이 계기판에는 ‘H₂O’ 버튼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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