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 ‘자민당 압승’]
출구조사, 자민당 300석 넘게 차지
‘역대 최저’ 2년전보다 투표율 하락
야당, 약체화 심각해 지지 못받아
‘자위권 행사’ 개헌 가속화할듯
출구조사, 자민당 300석 넘게 차지
‘역대 최저’ 2년전보다 투표율 하락
야당, 약체화 심각해 지지 못받아
‘자위권 행사’ 개헌 가속화할듯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는 ‘대안 없는 정치의 비극’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집단적 자위권과 원전 재가동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뿌리 깊은 반대, 정치자금 부정과 관련된 각료들의 잇따른 사임, ‘아베노믹스’의 불발 등 악조건 속에서도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275~306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도 31~36석을 확보하며 선전했다. 이번 승리로 아베 총리는 최장 4년 동안 정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를 관통한 일본의 민심은 무관심과 냉소로 얼룩진 체념이었다. 지난 8일 <엔에이치케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겨우 26%로 지난 선거보다 14%포인트나 낮았다. 결국 투표율은 전후 최저였던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59.32%) 때보다 훨씬 낮았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자민당과 아베노믹스를 재신임하는 길밖에 없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자민당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던 민주당이 3년3개월에 걸친 정권 운영에 실패하면서 유권자들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를 상징하듯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도쿄 제1선거구에서 지역구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몸을 깎는 개혁’을 전면에 내걸었던 제2야당인 ‘유신의 당’은 하시모토 도루 공동대표의 잇따른 망언과 ‘차세대의 당’과의 분열 등으로 이번 선거에서 20여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자민당이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야당을 선택할 순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야당의 전반적인 퇴조 속에서도 공산당은 14년 만에 기존의 8석에서 15석 안팎으로 의석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엔에이치케이>는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 10명 가운데 6명이 아베노믹스를 평가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일본 유권자의 이날 선택은 일본과 동아시아에 깊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핵심 관심사는 아베 정권이 개헌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지 여부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만드는 것을 뼈대로 한 개헌을 ‘평생의 과업’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번 선거 공약집에서도 “국민들의 이해를 얻어가며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헌법 개정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선거 승리로 개헌을 위한 국민들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각의결정에 근거해 이뤄지는 자위대법·주변사태법 등 안보 법제 개정 작업과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도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가 올해엔 전후 70년 동안 이어진 ‘평화로운 일본’을 해체하는 방향을 결정했다면, 내년엔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경제다. 아베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에 “겨우 손에 잡은 디플레이션 극복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기업 수익 증대를 통해 고용과 임금을 늘리는 아베노믹스의 선순환을 확대해 지방에까지 경기 회복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아베 총리를 한번 더 믿어본 이유가 결국 ‘경기 회복’이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날 경우 장기 집권을 노리는 아베 총리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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