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겸 부총리가 5일 도쿄 증시의 올해 첫 거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려 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 아소 부총리, 투자 않는 대기업에 일침
‘아베노믹스’ 이후 사내유보금 급증
작년 328조엔…매달 2조엔씩 증가
“기업 적극적 투자·고용확대” 독려
일 게이단렌 “임금인상 노력”화답
‘아베노믹스’ 이후 사내유보금 급증
작년 328조엔…매달 2조엔씩 증가
“기업 적극적 투자·고용확대” 독려
일 게이단렌 “임금인상 노력”화답
“자금을 (쓰지 않고) 묶어둔다면, 단순한 ‘수전노’에 불과하다.”
2015년 새해를 맞아 지난 5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신탁협회 신년회 모임에서 아소 다로(74) 일본 재무상 겸 부총리가 막대한 사내유보금(내부유보금)을 쌓아두고도 적극적 투자나 고용 확대에 나서지 않는 일본 대기업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아소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9월 현재 328조엔(약 3030조원)을 기록해 1년 전 304조엔에서 크게 늘었다. 매월 2조엔씩 늘어나고 있는 꼴이다. 이 돈을 사용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일본 기업들은 분명 이상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쌓아둔 막대한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한국에서도 큰 쟁점이 된 바 있다. 한국에선 기업의 지나친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는 방안이 논의 끝에 법제화되긴 했지만,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 매입도 투자로 인정하는 등 결국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통제하기 위해 한국이 법제화의 길을 택했다면 일본은 정치적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아소 부총리가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기업들을 상대로 불만을 터뜨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 때도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쌓여 있다. 임금이든 배당이든 설비투자 등에 (돈을) 돌리는 것이 본래 해야할 일이다. 임금의 지속적 인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여러 차례 등을 떠민 바 있다. 게다가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달 말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현재 35.64%(도쿄도 기준)인 법인세를 올해와 내년 2년에 걸쳐 3.29%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가 기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소 부총리가 이례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기업을 압박한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임금을 올려야 수요가 늘어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저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정책의 덕을 본 바가 크다. ‘엔저’로 인해 주요 수출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일본 재무성이 분기마다 집계하는 법인기업통계조사를 봐도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3년 2분기(279조엔) 이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그래픽 참조) 그 이면에서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은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와 생필품 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아소 부총리의 압박에 대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회장은 렌고(일본 최대 노조 조직)의 신년회에 참석해 “임금 인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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