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로 3.29%p 낮추기로
서민 소비세 인상 조세 형평성 논란
서민 소비세 인상 조세 형평성 논란
새해를 맞이한 일본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뭘까. 지난달 말 구체적인 감세 폭이 공개된 ‘법인세’ 문제다.
일본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달 30일 ‘2015년 세제개정대강’(이하 대강)을 통해 법인세율을 현행 34.62%에서 올해와 내년 두 해에 걸쳐 31.33%로 3.29%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처로 일본 기업들의 실질 세부담은 2년간 약 4200억엔(약 3조9000억원) 정도 줄어들게 됐다. 현재 일본 법인세율은 미국(40.75%)보다는 낮지만 프랑스(33.3%), 독일(29.59%), 중국(25%), 한국(24%) 등 다른 주요국들보다는 높은 편이다.
많은 일본인들은 이번 감세를 당혹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4월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하고 과감하게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그 때문에 올해 10월로 예정했던 2차 증세(8→10%) 시점을 1년 반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등 적잖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아베 정권이 당시 증세를 결심한 것은 일본의 재정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세출 95조8823억엔 가운데 국가의 세금수입은 절반을 조금 넘는 50조10억엔(52.1%)이고, 나머지는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빚(41조2500억엔)이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증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던 정권이 채 1년도 못 돼 감세 조처를 내놓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소비세를 인상하고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적절하냐는 의문도 남는다.
이런 비판에도 자민당은 일본 경제가 “앞으로 더욱 확실하게 디플레이션 탈피와 경제 재생을 해나갈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선 기업의 수익 확대가 신속히 이뤄져 임금 인상과 고용 확대로 연결되고, 소비 확대와 투자 증가를 통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는 경제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법인세율 인하 결정을 설명했다. 그 때문에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는 지난 5일 막대한 이익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일본 기업들을 ‘수전노’라고 비난했고, 아베 신조 총리는 6일 일본 경제3단체 신년회에 참석해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결단해주길 다시 한번 촉구했다.
문제는 아베 정권의 바람대로 법인세 감세가 임금·고용·투자 확대로 이어질까 하는 점이다. 비관론자들은 현재 일본에서 흑자를 내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는 법인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법인세를 내려도 그 혜택은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고용 확대로는 이어지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도 지난해 6월 <법인세 감세와 국내 설비투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을 10%포인트 낮출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설비투자는 2.5% 늘고, 실질 경제성장률은 0.3%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감세가 투자에 끼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기업들의 임금·고용·투자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어 생각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다른 한편에서 나온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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