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770억엔…전년의 3배
도쿄서 지방으로 확산 움직임
값도 싸고 경기전망도 밝은 탓
도쿄서 지방으로 확산 움직임
값도 싸고 경기전망도 밝은 탓
일본 도쿄의 관문인 도쿄역의 야에스입구를 통과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바로 눈앞에 ‘퍼시픽 센츄리 플레이스 마루노우치’라고 이름 붙은 지상 32층, 지하 4층짜리 거대한 건물을 만난다. 2011년 11월 완공된 이 건물은 여러 차례 매각을 거쳐 지난해 10월까지 ‘시큐어드캐피털재팬’이라는 부동산 투자회사의 소유로 남아 있었다.
현재 이 건물의 오피스 부분의 소유자는 일본 법인이 아닌 싱가포르의 정부투자공사(GIC)다. 엔저 등의 여파로 값이 떨어진 건물의 일부를 지난해 10월 1800억엔(약 1조6500억원)을 들여 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당시 “이 거래액은 올해(2014년) 일본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가의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조처를 계기로 지난해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상업용 부동산 매매가 올 들어 한층 더 활발해졌다”고 했다.
엔저와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안고 해외 자본의 일본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일본의 도시미래종합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한해 동안 해외 법인들의 일본 부동산 구입 총액이 9770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액인 동시에 전년보다 3배나 증가한 것이다.(그래픽 참조)
그동안 외국 법인들이 사들인 일본의 주요 부동산 등을 보면 도쿄역 야에스입구 앞의 ‘퍼시픽 센츄리 플레이스 마루노우치’를 비롯해 시나가와의 ‘시나가와 시사이드 포레스트’(700억엔) , ‘나카노 센트럴 파크의 종합 빌딩’(380억엔) 등 굵직한 물건이 많다. 특히 외국 법인들의 일본 부동산 매입은 도쿄 등에서 지방으로 파급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부동산을 사들이는 이들은 중국과 싱가포르 등 주로 아시아계 자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의 일본 부동산 투자 이유는 단순히 엔저로 인한 가격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부동산은 한번 투자하면 쉽게 시장에서 빠져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 경기 전망이 필수적이다. 실제 이들 외국 자본들은 엔저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돼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등으로 일본 부동산의 장기전망이 밝다는 점을 투자 이유로 꼽고 있다. 싱가포르투자공사도 지난해 10월 “높은 임대 수익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을 투자 결정 이유로 들었다.
일본부동산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국제 비교 자료를 보면, 도쿄 중심의 최고가 수준의 오피스 임대료를 100으로 놓을 때 홍콩은 165.6, 런던은 146.0이었다. 서울은 그 절반 정도인 56.5, 베이징은 그보다 조금 높은 64.0이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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