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70주년 기념…총리로는 처음
국제사회에 평화주의 선전 노린듯
국제사회에 평화주의 선전 노린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역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된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4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올 4월 말~5월 초께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한 지 70주년이 되는 올해를 맞아 진주만을 방문해 일본이 앞으로는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의 맹세’를 다시 강조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뼈대로 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국제 사회에 적극 선전하는 이벤트를 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지금까지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한 적은 없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총리가 (진주만 공습으로 인한) 전몰자를 위령하는 것으로 국제 평화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의욕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아베) 총리가 이번 방미를 통해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미 기간 중에 아베 총리가 하와이 말고도 1951년 9월 일본과 연합국이 2차대전 강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한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의 이번 미국 방문은 전후 70년 동안 이어진 일본 안보정책을 전환하는 큰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방미 기간 동안 미-일 간에 논의가 계속돼 온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개정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국 정부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그동안 일본 주변지역에 한정됐던 미·일 동맹의 활동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미군을 도울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구체적인 행사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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