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전력 등 일본의 발전회사 4곳이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정도 되는 원전 5기의 폐로 방침을 확정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고리·월성 1호기 등 노후원전의 폐로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보다 10여년 앞서 원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일본에선 노후원전 폐로가 이미 발등에 떨어져버린 불인 셈이다.
이 회사들은 다음달께 각 원전에 대한 폐로 방침을 차례로 밝힌 뒤 3월께 경제산업성에 폐로 신청을 할 예정이다. 폐로 대상은 간사이원전의 미하마 1·2호기(후쿠이현), 일본원자력발전의 쓰루가 1호기(후쿠이현), 주고쿠전력의 시마네 1호기(시마네현), 규슈전력의 겐카이 1호기(사가현) 등이다. 이 가운데 겐카이 원전은 가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39년, 나머지 4기는 모두 40년을 넘은 상태다.
이번 폐로 방침이 확정되면 일본의 상업원전은 현재 48기에서 43기로 줄어들게 된다. 이미 일본에선 도카이 원전 1호기와 하마오카 원전 1~2호기, 3·11 참사가 벌어졌던 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에 대한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 전력회사들이 폐로를 결정한 것은 낡은 원전을 보수해 재가동을 해선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3·11 참사 이후 원전 가동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대 60년까지 연장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2013년 8월 도입된 새 안전기준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같은 40년 이상의 원전이어도 간사이전력은 다카하마 원전 1·2호기(출력 82.6만㎾)는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가동기간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도쿄신문>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원전을 줄여 남은 원전의 재가동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얻으려는 정부의 의도도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폐로 작업이 시작되면 곳곳이 지뢰밭이다. 2001년 12월 일본에서 가장 먼저 폐로 작업이 시작된 이바라키현 도카이 원전 1호기의 경우 14년이 지나도록 핵심 부분인 원자로에 대한 해체는 시작도 못했다. 해체작업 중에 발생하는 방사능 폐기물을 묻을 처분장을 찾지 못해 2014년 시작하려던 원자로 해체 작업이 2019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 원자로에 사람이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로봇을 만들어 접근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일본원자력발전은 2006년 도카이 원전의 폐로 비용을 885억엔(약 8000억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3·11 참사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언제 폐로 작업이 끝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폐로를 둘러싼 찬반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5일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연장) 허가안’을 최초로 상정한다. 이 원전은 2012년 30년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된 뒤 수명 연장 절차를 밟으며 2년2개월째 가동이 중단돼 왔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이 또다른 노후원전인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 신청 여부를 올해 6월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에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07년 12월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부산의 고리 원전 1호기의 수명을 2017년까지 1차 연장한 바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기가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수명을 마치게 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폐로의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기술·제도 정비가 일천한 상황이기 때문에 언젠간 선택해야 할 폐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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