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47)씨를 참수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1일 새벽(한국 시각) 올렸다. 영상에서 고토씨는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의 옆에 복면을 하고 있는 남성은 앞서 여러 서방 인질 살해 영상에 등장했던 ‘지하드 존’과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47)의 목숨을 내걸고 일본과 요르단 정부에 협박을 이어왔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틀간의 침묵을 깨고 다섯번째 메시지를 공개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잔혹하고 침통한 내용이었다.
이슬람국가로 보이는 세력은 1일 오전 5시께(한국 시각) ‘일본 정부에 전하는 메시지’라는 제목이 붙은 1분 남짓의 메시지에서 일본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한 뒤 고토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고토가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뒤엔 지난달 20일 첫번째 협박 메시지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인물로 보이는 괴한이 칼을 들고 일본 정부를 향해 마지막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사탄과 같은 연합(이슬람국가를 상대로 한 군사 작전에 참여한 국가들)에 참가한 어리석은 너희 동맹국처럼 너희도 우리가 알라의 가호에 의한 권위와 힘을 가진 칼리프국가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군대는 너희들의 피에 굶주려 있다. 아베여, 승산 없는 전쟁에 참하하는 무모한 결단에 의해 이 칼이 겐지만을 살해하는 게 아니라 너희 국민은 어디 있더라도 살해당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는 악몽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에는 지난 협박 과정에서 언급했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 모아스 카사스베 중위(26)에 대한 내용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 이슬람국가가 고토를 내세워 요르단 정부와 진행 중이던 이라크 국적의 테러리스트 사지다 리사위(45)의 석방 교섭에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요르단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사태가 뜻대로 사태가 진행되지 않자 효용 가치가 떨어진 고토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 정부는 지난달 29일 밤 교환 대상은 이슬람국가가 요구하는 인질은 ‘고토와 리샤위’가 아닌 ‘카사스베와 리샤위’임을 다시 한번 지적하며, 이 교환을 원하면 카사스베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각 비난 성명을 내 이슬람국가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런 비도덕적이고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테러 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용서하기 힘든 폭거를 단호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죄를 묻기 위해서라도 잎으로 일본은 국제사회에 연대해 갈 것이다. 일본이 테러에 굴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중동에 대한 식량과 의료 등의 인도적 지원을 한층 더 확충시켜 갈 것”이라고 말해 이번 테러가 일본의 대 중동 정책을 바꾸는 일이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고토의 모친인 이사도 준코는 “너무나 안타까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서도 “슬픈 증오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 안 된다. ‘전쟁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전쟁과 빈곤으로부터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겐지의 유지를 우리가 이어받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