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평화 염원’ 자세 큰 공명
부인 “남편에 큰 자부심” 성명
아베의 정치적 이용 경계 목소리도
부인 “남편에 큰 자부심” 성명
아베의 정치적 이용 경계 목소리도
“눈을 감고, 계속 참는다. 화를 내면, 소리를 지르면 끝이다. 이는 기도에 가깝다. 증오라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고, 심판하는 것은 신의 영역. 그렇게 가르쳐준 것은 아랍의 형제들이었다.”(2010년 7월, 고토 겐지의 트위터)
“이런 마음을 나도 갖고 싶고, 일본도 가졌으면 좋겠다.”(일본의 한 시민)
지난 1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잔혹하게 살해된 일본 독립 언론인 고토 겐지(47)를 애도하는 목소리가 일본 열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테러에 목숨을 잃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넘어, 생전의 그가 전쟁으로 고통을 받는 지역의 사람들에게 보여준 뜨거운 인류애와 평화의 염원, 인생을 성찰하는 품격 있는 자세에 많은 이들이 공명했기 때문이다.
고토의 죽음이 알려진 지 하루가 지난 2일 전세계 누리꾼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해 다양한 추모 글을 올렸다. 이들은 자신의 소설미디어에 ‘#kenjigoto(고토 겐지) #RIP(명복을 빕니다)’ 등의 마크를 내걸고 고토가 취재해 보도한 동영상과 독립 언론인으로서 활동을 되새겼다. 아랍의 한 시민은 자신의 트위터에 “영웅이 겁쟁이에 의해 숨졌다”는 글을 남겼고, 남아메리카의 한 시민은 “이 용감한 언론인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고인의 명목을 빌었다. 스웨덴에선 한 누리꾼이 “이슬람국가는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고토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I AM KENJI’(나는 겐지다) 페이지에도 세계인들의 추도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2일 오후 현재 4만6000여명이 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다. 일본의 양식있는 출판인들이 모여 만든 ‘헤이트스피치(인종증오 발언)와 배외주의에 가담하지 않는 출판인의 모임’은 “이번 사건을 활용하려는 과격한 선동 문구에 휩쓸려가지 않길 바란다”는 한 누리꾼의 발언을 인용하며, 고토의 저서 <다이아보다 평화가 갖고 싶어요-어린이 병사 무리아의 고백>(2005)을 소개했다. 고토의 부인 린코는 1일 밤 성명을 발표해 “그가 이라크·소말리아·시리아와 같은 분쟁지역 사람들의 고통을 전해온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이번 사건을 자위대 역할 확대 등 정치적 이해를 위해 활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 대학 교수는 1일 <도쿄신문>의 칼럼에서 이번 사태를 집단적 자위권 관련 안보 법제 개정에 활용하려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을 ‘참사편승의 정치’로 부르며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방식으로 전쟁이 일어난 예가 매우 많다. 현실적으로 자위대가 중동에 출동하더라도 인질을 무력으로 탈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질사건을 지렛대 삼아 자위대의 행동 규칙을 바꾸는 것을 용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사건 이후 자위대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아베 정권이 지난해 7월 각의결정으로 규정한, 일본인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활용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각의결정에선 자위대 투입 요건을 △상대국 정부의 동의가 있고 △투입지역에 상대국 정부의 권력이 행사되고 있고 △국가에 준하는 조직이 없는 경우로 한정했는데 내전 상태의 시리아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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