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에서 11일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4주년을 맞아 주민들이 대지진 때 희생된 자신의 부모들을 추모하기 위해 폐허가 된 마을에 꽃을 놓고 있다. 나미에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 안에 있는 곳으로 방사능 오염 때문에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미에/EPA 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 4주년 전국 추도식
사고 이후 3200여명 추가 사망
23만명 아직도 피난 생활 이어가
주택·방파제 등 복구 지지부진
사고 이후 3200여명 추가 사망
23만명 아직도 피난 생활 이어가
주택·방파제 등 복구 지지부진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여전히 믿고 싶지 않네요.”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4주년을 맞은 11일 오전.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시에 사는 오카와 유카리(47)는 당시 발생한 쓰나미에 휩쓸려 숨진 아들의 묘를 찾았다. 아들의 묘비에는 중학교 시절 학교 야구팀의 투수로 활약했던 사진이 새겨져 있다. 그는 이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살아 있다면 올해 18살이겠네요. 대학에 갔을지 취직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이들의 슬픔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당시 지진이 발생했던 오후 2시46분이 되자 일본 열도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도쿄 지요다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정부 추도식에선 일왕 부부 등 1200명의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고,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지역의 3개현과 도쿄 등 주요 대도시에서도 1분 간의 묵념을 알리는 긴 사이렌이 울렸다. <엔에이치케이> 등 일본 방송들은 이날 하루 내내 3·11 참사와 관련된 추모 방송을 내보내며 숨진 이들의 넋을 기렸다.
11일 현재 당시 참사로 숨진 이들은 1만5891명, 행방불명자는 2584명으로 집계된다. 이와 별도로 쓰나미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피난 생활을 견디지 못해 피로 누적 등으로 숨진 이들의 수는 3222명에 이른다. 22만90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은 벌써 4년째 기약 없는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복구 작업은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도호쿠 3개현에서 쓰나미를 막기 위한 방파제 건설 계획이 세워진 573개 지역 가운데 211곳에선 공사가 시작도 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쓰나미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 짓는 공영주택의 건설 진척률도 목표의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엔에이치케이> 여론조사를 보면, ‘복구가 예상보다 늦다’(38%)와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27%)는 응답이 전체의 65%나 됐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일 2030년 일본의 장래 전력 구성을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인 ‘장기 에너지 수급 전망 소위원회’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을 현재 10.7%의 2배인 20%선까지 올리겠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3·11 참사 뒤 탈핵을 주장하는 활동을 정력적으로 벌여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에서 ‘일본이 걸어야할 길’이라는 제목의 탈핵 관련 강연회를 열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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