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
“한국 불법점거 정확히 써라” 요구
일선학교 채택률 가장 높은 교과서
“시마네현 속한 고유영토” 못박아
한국정부 미숙한 대응도 한몫
“한국 불법점거 정확히 써라” 요구
일선학교 채택률 가장 높은 교과서
“시마네현 속한 고유영토” 못박아
한국정부 미숙한 대응도 한몫
6일 공개된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면, 일본 교과서의 독도 관련 영토 주장이 한국과 더 이상 화해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조해 온 ‘자학사관의 탈피’ 등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을 반영한 것이어서 단기간 안에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채택률이 가장 높은 ‘도쿄서적’의 역사(채택률 52.8%)·공민(한국의 사회·53.4%)·지리(47.9%) 등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사회(공민 부분) 교과서는 현재 일본의 영토 문제로 △독도 △북방영토(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센카쿠 열도(중국과 분쟁·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꼽으면서 독도에 관해선 “시마네현 오키에 속하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못박았다. 이어 1905년 각의결정에 의해 일본 영토로 편입했지만 한국이 1951년 1월 이승만 라인을 그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기술이 이어진다.
역사 교과서에선 “에도 시대 초기부터 돗토리번의 어민들이 막부의 허가를 받아 독도 주변에서 어업을 해왔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공민 교과서에선 “일본이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에 항의하는 한편, 국제사법제판소(ICJ)에 맡겨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1954년, 1962년, 2008년 3차례에 걸쳐 제안했지만, 한국이 거부하고 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이런 교과서를 통해 독도에 대해 배우게 되는 일본 학생들은 사회·역사·지리 등 다양한 각도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고 ‘이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는 일본 정부의 3차례에 걸친 제안을 한국이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까지는 이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에는 독도 관련 언급이 없었고, 지리 교과서에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언급만 담겼던 데 비해 이번에 내용이 훨씬 악화됐다.
일본 교과서의 서술이 개악된 배경엔 아베 일본 총리의 강한 집념이 도사리고 있다. 아베 정권의 교과서 정책의 뼈대가 된,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실행본부)의 2013년 6월 <중간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많은 교과서가 자학사관에 기초해 있는 등 문제가 되는 기술이 존재한다”고 개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 등 영토 문제를 쓸 땐 ‘일본의 고유 영토이나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고, 한국에 누차에 걸쳐 항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다룰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정권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홍보 영상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유포하고 있으며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
한국 시민단체인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이 더 우경화되고 노골화됐으며, 일본 정부의 입장이 대폭 기술되면서 교과서가 정치 도구화됐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 상임공동대표인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2001년 처음 일본에서 새역모 계열 교과서가 등장했을 때는 우리 정부와 언론에서 강하게 대응했지만 2008년 보수 정권이 출범한 뒤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위안부부터 독도 문제까지 일본 정부의 입장이 교과서 전반으로 침투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허승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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