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운동을 함께 해온 한·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8일 도쿄 지요다구 참의원회관에서 2015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채택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를 퇴출시키는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길윤형 특파원
일본 정부 우경화 교과서 관련
지자체 교육위 상대로 펼쳐
“역사왜곡 두 교과서 채택 저지”
지자체 교육위 상대로 펼쳐
“역사왜곡 두 교과서 채택 저지”
일본 정부가 독도·역사 문제 등과 관련해 우경화한 서술을 확대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해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담은 교과서들이 일본 일선 학교에서 쓰일 수 있도록 본격적인 ‘채택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일본의 ‘어린이와교과서전국네트워크21’ 등 한·일 양국의 교과서 관련 4개 시민단체는 8일 일본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교과서 채택 권한을 갖는) 각 지자체 교육위원회 등을 상대로 평화를 위한 유엔(UN)의 교육지침에 따른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적극적인 운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채택 운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화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일본의 일방적 주장만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문제인지 생각해야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제대로 된 논의를 하려면 다른 나라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일본의 각 지역 교육위원회에 요구할 사항으로 △주변국(근린제국)을 고려한 교육내용의 교과서를 채택할 것 △역사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 △교사들이 직접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할 것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연행 등 가해 사실에 관한 기술을 부활시킬 것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일본에선 각 교과서 견본이 나오는 5월께부터 교과서 채택 절차가 시작된다. 각 교육위는 견본을 보고 논의해 7~8월께 2016년부터 4년간 사용할 교과서를 선정한다.
양미강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검정 결과를 보면 교과서를 기술할 때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조항’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고려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한일 시민단체들은 역사왜곡 교과서들이 일선 학교에서 쓰이지 않도록 운동을 벌이고,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일본 교과서에 담길 수 있도록 학계의 연구 결과를 제공하는 작업도 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엔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을 막으려는 한·일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대표적인 우익 교과서인 이쿠호샤·지유샤를 합쳐 채택률을 4% 정도로 제한한 바 있다.
다와라 요시후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 사무국장도 “이번 검정 결과를 보면 ‘마냐비샤’의 교과서에 위안부 기술이 부활하는 등 일부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모든 교과서를 전쟁 미화의 방향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는 전면적으로는 관철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쿠호샤·지유사 등 (역사왜곡) 교과서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 이 두 출판사 교과서의 채택을 전국 모든 지역에서 저지하기 위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학 명예교수도 “전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아베 정권의 안보 정책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 (역사왜곡 교과서의 퇴출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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