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2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양옆에 서서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30여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 채 과거사 관련 연설을 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반둥회의 연설…과거사 인식 ‘후퇴’
미 연설·8월 담화로 이어질 듯
미 연설·8월 담화로 이어질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2일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연설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만을 이야기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과거사 인식은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 ‘아베 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연설에서 “(60년 전) 반둥회의에서 확인된 ‘침략 또는 침략의 위협, 무력행사에 의해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범하지 않는다.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일본은 지난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지켜가는 국가가 되겠다고 맹세했다”며 “이 원칙 아래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있고, 일본은 그 선두에 서겠다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0년 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같은 자리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입혔다.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대신 일본이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에 많은 공헌을 했고 앞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설 내용은 그가 ‘아베 담화’에 넣겠다고 밝힌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 평화국가로서 걸어온 일본의 여정’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세계에 대한 공헌’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8월 아베 담화의 내용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학 교수는 “이번 연설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은 일본 정부가 ‘중국 중시, 한국 경시’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오후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역사와 영토 문제 갈등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정상이 5개월 만에 다시 만나 정상회담을 한 것은 관계 개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카르타/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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