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묘지·홀로코스트 박물관 등
전쟁관련 시설 방문 일정 잡아
과거 반성하는 듯한 이미지 부각
전쟁관련 시설 방문 일정 잡아
과거 반성하는 듯한 이미지 부각
26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 국립묘지를 방문해 추모에 나서는 등 일본이 저지른 지난 잘못을 반성하는 듯한 장면을 곳곳에서 연출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24일 공개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일정을 보면 27일 오후 미국의 국립 추도시설인 알링턴 국립묘지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 전쟁 관련 시설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다. 또 29일 만찬엔 일본이 필리핀을 침략했을 때 포로가 돼 고초를 겪었던 레스터 테니(95) 애리조나 주립대 명예교수를 초대할 예정이다.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는 미국 여론을 상대로 과거를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도 이스라엘의 국립 추도시설인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지난 전쟁이 끝난 뒤 70년이 되는 올해 이런 비극을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밝혔지만, 일본군 위안부나 난징대학살 등 일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좋은 쪽으로 비치게 하기 위해 치밀하게 용어 선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일 아베 총리의 반둥회의 60주년 연설이 정해지기까지 뒷애기를 24일 전했다. 애초 1955년 반둥에서 결정된 ‘평화10원칙’ 가운데 ‘제국주의와 식민지배’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항목을 인용하려 했지만,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 등의 용어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침략’이 포함된 부분을 택했다.
또 외국 취재진에게 제공되는 영문본엔 이날 아베 총리가 언급한 ‘깊은 반성’을 ‘딥 리모스’(deep remorse)라 표현했다. 이는 1989년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2차 대전 발발 50주년 행사에서 쓴 용어로 ‘스스로의 죄악에 대한 깊은 후회’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겐 반성보단 깊은 ‘사죄’를 연상시킨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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