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직접 나라이름 언급
안보법제 여름까지 개정 방침에
일본 민주당 “국민무시의 극한”
안보법제 여름까지 개정 방침에
일본 민주당 “국민무시의 극한”
“아시아-태평양에는 북한의 위협이 있다. 동시에 중국의 남중국해 등지의 활동과 군비확장도 문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0일(현지시각) 일본의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목적이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은 알려진 것이지만, 한 나라의 정상이 상대국명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미-일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 공개한 공동선언문에선 가이드라인의 개정 목적을 “동맹을 변혁하고, 억지력을 강화하며 미·일 양국의 안보상의 과제에 장기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야당들은 아직 국내 논의가 끝나지 않은 안보 현안에 대해 아베 총리가 지난달 29일 미 의회 연설에서 “안보법제를 여름까지 개정한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미·일이 개정한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양국이 군사 협력을 해갈 때 서로가 어떤 역할을 떠맡는지를 미리 정해 둔 약속일 뿐 국제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일본은 이번 합의를 기초로 자위대법, 주변사태법 등 일본 국내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국회의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미일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한데다 안보 법제의 개정 시점까지 못박는 바람에 일본 국회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제약된 상황이다.
일본의 제1야당인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30일 낸 담화에서 “이렇게 중요한 법안의 성립시기를 외국 그것도 외국의 국회에서 약속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국민무시의 극한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민당·공명당으로 구성된 연립여당이 중·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점하고 있어 아베 총리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현실적으로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현재 일본 여당은 6월24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정기국회 회기를 8월까지 연장해 법안 통과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서부의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아이티(IT) 기업이 집중된 실리콘 밸리에 일본 중소기업의 인재를 보내 미·일 간의 사업 제휴와 투자를 촉진해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3일까지 미 서부의 주요 도시들을 둘러보며 미·일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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