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장 관련 법안’ 특별위원회
학자들 200여명 위헌 성명 언급에
“합헌이란 학자도 많다” 강변
‘그분들 이름 대달라’ 질문하자
“수의 문제 아니다” 사실상 백기
학자들 200여명 위헌 성명 언급에
“합헌이란 학자도 많다” 강변
‘그분들 이름 대달라’ 질문하자
“수의 문제 아니다” 사실상 백기
“(최근) 200명 이상의 헌법학자가 이 법안은 위헌이라는 성명을 냈다. 관방장관은 ‘위헌이 아니라는 학자도 굉장히 많다’고 했는데, 그 굉장히 많은 분들의 이름을 대달라.”(쓰지모토 기요미 의원)
“예를 들어, 모모치 아키라(니혼대학 교수), 나가오 가즈히로(주오대학 명예교수), 니시 오사무 (고마자와대학 명예교수) 선생 등이 있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지금은 (이 법안의 통과 여부가 걸린) 승부처다. 굉장히 많다면 굉장히 많은 분들의 이름을 대달라. 그렇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를 해야 한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는 수(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은 10명 정도다.”
10일 오후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법제 개정안을 심의하는 ‘안전보장 관련 법안에 관한 특별위원회’에서 일본 언론의 눈을 사로잡은 이는 안보 법제 공격의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쓰지모토 기요미(55) 민주당 의원이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안보 법제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헌법 학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4일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합헌이라는 학자도 굉장히 많다”며 반론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쓰지모토 의원의 추궁에 결국 자신이 말한 ‘굉장히 많은’ 학자는 1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특별위원회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현재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해 온 논리가 결국 파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다수의 일본 헌법학자와 지식인들은 현재의 평화헌법 아래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으며, 이를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 아베 정권은 이런 주장을 무시한 채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는 등 폭주를 이어왔다.
스가 장관은 특별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헌법 학자의 어느 쪽이 다수인지, 소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헌이라는 학자들도) 한쪽의 견해”라며, ‘궤변’을 이어갔다. 위헌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8일 <요미우리신문>의 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53%를 기록해 전달보다 5%포인트나 급락했다.
도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아베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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